근로자 수 5∼49명인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 대상이 되는 83만7000여 중소기업 대다수는 준비가 덜 됐다며 적용을 2년 미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협상을 중단한 채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25일 국회의 법 개정이 무산될 위기다.
중대재해법은 2020년 1월 50인 이상 기업, 사업장부터 시행됐다.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중하게 처벌하는 법이다. 당시 영세 사업장은 법이 정한 안전 전문인력 채용 등의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적용을 3년 늦춰 이달 27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여전히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상 기업 90% 이상이 준비를 못 마쳤고, 두 곳 중 한 곳은 안전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 고금리 부담,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다 보니 안전 책임자까지 채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의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국민의힘 측은 더불어민주당 요구안의 대부분이 충족됐는데도 추가 조건까지 내놔 협상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간 민주당은 정부의 사과, 구체적인 대책 및 예산 마련, 2년 뒤 반드시 시행한다는 정부와 경제계의 약속을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산업안전보건청의 연내 설치를 정부 여당이 수용해야 유예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거론됐지만 부처 간 이견 등으로 무산된 사안이다. 예정대로 법을 시행하자는 노동계의 요구 때문에 야당의 태도가 강경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야가 대치를 이어가는 동안 기업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 하나로도 동네 빵집,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형사 처벌을 받고,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어제 1만여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 중 94%가 종업원 수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라며 유예안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여야는 요즘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한 총선용 대책들을 연일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중이다. 그런 것들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우리 이웃의 삶에 현실로 닥칠 중대재해법 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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