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방북 초청에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할 용의”를 표명했다고 북한 매체가 어제 보도했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상의 최근 러시아 방문 결과를 이같이 전하며 “최상최대의 성심을 다해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이 ‘전략적 협조와 전술적 협동’을 더욱 강화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세우고 확대 발전시키는 문제에서 일치공감과 만족한 합의를 이룩했다”고 전했다.
푸틴의 방북은 3월 대통령선거 이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용 북한산 무기 수요가 높아질수록 푸틴 방북은 빨라질 것이다. 푸틴이 방북하면 2000년 이후 24년 만으로,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극동 방문에 대한 답방이다. 정상 간 외교의 무게를 감안하면 푸틴 방북은 북한 포탄과 러시아 기술을 교환하는 무기거래 수준을 넘어 북-러 양국이 군사적으로 한층 밀착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크렘린궁도 ‘민감한 분야’의 관계 발전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북한이 두 나라 간 ‘새로운 법률적 기초’를 거론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북-러는 1991년 소련 해체 후 10년 가까이 냉각기를 갖다가 2000년에야 관계를 복원했다. 당시 북-러가 새로 체결한 친선조약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규정한 1961년의 우호조약을 ‘위기 시 협의’로 대체하면서 기존 군사동맹 관계를 경제협력 파트너로 새롭게 정의했다. 이번에 북-러는 조약 개정이나 새 협정 체결을 통해 보다 강한 상호안보와 군사협력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으로선 중국과 함께 러시아까지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두게 된다.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북-중 교역액은 재작년의 2.4배인 23억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82%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북-중이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친선의 해’로 정한 만큼 양국 밀착도 가속화할 것이다. 중-러를 등에 업은 김정은은 벌써 ‘대한민국 평정 대사변’을 위협하고, 미국도 ‘전례 없는 북-러 군사협력’에 따른 북한 위협의 고도화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올 한 해 동북아에 몰아칠 신냉전의 격동을 더욱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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