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 공통점이 있다는 환상[2030세상/박찬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2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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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1980∼2000년 출생자들을 MZ세대라 묶어 부르며 연구하듯 눈치 보는 풍조도 지나가는 분위기다. 그 젊은이들이 점점 나이가 들고 있기도 하고, 세대론처럼 한가한 이야기를 할 틈이 없는 불경기에 진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다양한 경로로 나보다 젊은 사람들과 일하며 내 나름의 경험이 생겼다. 꽤 많은 젊은이와 함께 일해 봤는데도 나는 이 세대의 공통점을 정의할 수 없었다. 같은 세대나 같은 나이라도 개인별 편차가 너무 컸다.

몇 년 전 알게 된 A는 사람들이 농담 삼아 말하는 MZ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자기 취미를 찾는 데 열중했다. 자기 권리를 주장할 때는 당당했다. 이 모두를 SNS에 전시하듯 기록했다. 실제로 같이 일할 때는 별로 당당하거나 몰입하지 않았다. 일을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는 광고를 돌린 ‘SNS 맛집’ 식당처럼 겉만 멋진 면이 있었다. 나는 그가 지키지 않은 업무 약속을 해결하느라 약간의 손해를 입었다. 그의 SNS는 여전히 화려하다.

그렇다고 SNS 계정을 운영하는 젊은이들에게 편견을 가질 수도 없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SNS를 공개 이력서나 포트폴리오처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나도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며 많이 배우곤 한다. SNS로 알게 된 B는 아주 겸손하고 진취적이었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나름 흥미로운 사업을 진행하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대화 매너도 좋고 태도도 겸손했다. MZ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게 무안할 정도였다.

앞서 말했듯 나는 이들의 공통점을 못 찾겠다. 맞든 틀리든 옳든 그르든, 사람을 가늠하거나 편견을 갖는 기준들이 있다. MZ의 개념적 근원인 나이도 그중 하나다. 앞선 두 친구는 비슷한 또래일 뿐 전혀 다르다. 그 외에 성별, 고향, 학력, 외양 등 인간 사회의 어떤 세속 기준을 가져다 봐도 누가 함께 일하기 괜찮은 젊은 친구인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내가 확인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두 번쯤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고 한 번쯤 일을 같이 해보는 것. 맥 빠지는 일반론이지만 이 방법 말고는 모두 실패했다.

그러므로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젊은이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는지 열심히 사는 사람은 적고 덜 열심인 사람은 많다.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늘고, 요즘은 실력이 늘면 반드시 티가 나면서 어딘가에서 기회가 생긴다. 열심인 젊은이라면 그 기회도 잡을 테고, 그 기회를 잡아 성과를 내면 더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이 적은 만큼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많이 열리고 있을 것이다.

요즘 내가 조심하는 사람들은 노회한 MZ들이다. 열심히 사는 젊은이들은 누구나 좋아하니까 그들과 일하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충 사는 젊은이와는 함께하지 않으면 된다. 그 사이에서 자기가 원하는 걸 얻을 때까지만 패기 있게 노력하는 척하고, 얻고 나면 그를 유지할 만큼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건 젊음도 아닌 어린 노회일 뿐이지만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도 언제 어디에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알게 되면 도망갈 수밖에 없다.

#mz세대#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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