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6대 첨단산업 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년 만에 2위에서 5위로 급락했다. 시장이 커가는 속도를 한국의 수출이 따라잡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국이 앞서 장악했던 분야에서 중국 등 경쟁국에 기술력이 따라잡히고, 급성장하는 새로운 시장에선 한국의 몫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미래차·로봇·바이오 등 6대 첨단산업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이 재작년 차지한 비중이 6.5%로 4년 전의 8.4%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했고, 2위였던 한국이 5위로 밀려난 사이에 독일 대만 미국이 끼어들어 2∼4위에 올랐다.
한국의 6대 첨단산업 수출 총액의 약 7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약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2018년부터 4년간 세계 반도체 수출시장은 37.5% 성장했는데 한국의 점유율은 13.0%에서 오히려 9.4%로 하락했다. 한국이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정체된 반면에 미국 팹리스 기업이 설계하고 대만 TSMC 등이 위탁생산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성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다른 첨단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에 시장을 빠르게 내주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선 한국이 장악했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중국에 뺏겼다. 최근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턱밑까지 추격당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의 약진을 발판 삼아 중국은 작년 글로벌 자동차 수출 1위에 올랐고, 2차전지 부문에서도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서비스 로봇은 한국의 안방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75%나 되는 한국은 수출 확대 없인 먹고살기 힘든 나라다. 첨단산업의 수출 경쟁력 상실은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급물살을 탄 인공지능(AI) 혁명과 이로써 촉발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은 한국 경제에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 경영을 통해 우리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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