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U 탄소배출량 신고 일주일 앞… 정부·기업 손놓고 있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2일 23시 57분


16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콘퍼련스홀에서 한국철강협회 주최로 열린 ‘중소·중견 철강기업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 설명회‘에서 기업 관계자 등 40여 명이 강연을 듣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16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콘퍼련스홀에서 한국철강협회 주최로 열린 ‘중소·중견 철강기업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 설명회‘에서 기업 관계자 등 40여 명이 강연을 듣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CBAM) 시범 도입에 따른 첫 탄소 배출량 보고서 제출이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1700개 수출기업이 준비 부족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최근 한국철강협회 주최 설명회에 참석한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은 “엑셀 데이터만 3만∼4만 줄에 달하는 복잡한 계산을 할 전문 인력이 없다” “협력업체 자료를 받지 못해 최종 산출이 지연된다” 등 고충을 호소했다. 앞으로 일주일 안에 지난해 4분기 수출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제출하지 못한 기업에는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피해가 예상된다.

CBAM은 철강, 시멘트, 전기, 비료,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을 EU에 수출하는 기업에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비용을 물리는 제도다.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는 취지이지만 일종의 관세 장벽이 세워진 것과 마찬가지다.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 불리는 까닭이다. 현재 EU 수출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환산하면 연간 3000억∼50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5곳 중 1곳만 “CBAM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EU 수출 기업의 절반은 “특별한 대응 계획이 없다”고 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부랴부랴 가동한 헬프데스크에는 기업들의 상담이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2019년부터 도입이 예고됐고 지난해 5월 해당 규정이 최종적으로 발효됐는데도 정부와 기업이 안이하게 대응한 것은 아닌지 점검부터 해야 한다.

탄소는 전력 생산부터 기계 가동까지 생산 과정 전 단계에 걸쳐 발생하는 것이다. 개별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인력과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기업들의 고충을 덜어줘야 한다. 2026년 본격적인 제도 시행을 앞두고 EU 당국과의 협상에도 나서야 한다. 한국은 유럽처럼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며 이미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이를 동등하게 인정받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IRA 도입 당시처럼 정부의 뒷북 대응으로 우리 기업의 피해를 키워서는 안 될 것이다.
#탄소 배출량#보고서 제출#c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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