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8일은 제71회 세계한센병의 날이다. 한센병은 나균이란 원인균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감염병이다. 1954년 1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전 세계 저명인사 15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세계한센병의 날을 매년 1월 마지막 주 일요일로 정하기로 했다. 100여 개국도 동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센병을 피부 관련 소외열대질환으로 분류해 2021∼2030년 로드맵에 따라 예방과 통제,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한센병 퇴치 수준에 와 있다.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 한국한센복지협회가 함께 협력해 한센병 발견과 치료에 매진해온 결과다.
한센병에 걸리게 하는 나균은 증상이 심하지만 치료를 안 받는 환자와 긴밀하게 접촉할 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염력은 매우 낮다. 또 적기에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고 전염력 또한 거의 사라진다. 그러나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손발 등 말초신경 손상에 따른 장애, 운동 장애, 외형 변형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한센병은 치료제를 투약하고 2개월 뒤 완치에 가깝게 치료되면 이후 수년간 꾸준히 투약해 완치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한센병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한센복지협회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 동안 매년 한 자릿수의 새 환자가 나오고 있다.
한 가지 눈여겨볼 건 최근 5년 동안 새로 발병한 환자 중에 내국인은 4명에 불과했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은 13명으로 3배가량이나 됐다는 점이다.
WHO 자료에 따르면 새로 발병한 한센병 환자는 2022년 기준 총 17만4087명인데, 이 중 동남아시아에서만 12만4377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동남아 환자 비중이 71.4%에 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 한센병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300만 명에 달하지만 한센병 환자 발견을 위한 피부 검진은 약 2000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센병 환자 발견을 위한 피부 검진은 여전히 제한적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한국한센복지협회가 외국인 무료 검진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체류 외국인들이 대부분 직장에 다니다 보니 일정도 휴일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센병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도 문제다.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 바이러스가 박멸됐다고 알려진 미국과 영국에서 2022년 폴리오 바이러스와 감염 환자가 발견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센병 역시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게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한센병에 대한 꾸준한 감시, 치료제 연구개발, 글로벌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김인권 한국한센복지협회장은 “1980년대만 해도 국내 한센병 환자는 약 10만 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새로 발병하는 환자가 한 자릿수로 줄었다. 후유증 등 관리 환자도 7500명대로 크게 감소했다”라면서도 “외국인 유입 증가로 새로 발병한 환자가 꾸준히 발견되고 있고 감염병이다 보니 변이가 발생하며 다시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협회는 한센병과 관련해 ‘열대의학연구원(가칭)’을 설립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한센병은 꾸준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과거 질환이라고 간주해 버리기엔 이미 가까이 다가오는 질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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