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장원재]여권 대선주자가 인구 부총리 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5일 23시 48분


저출산 총력 대응할 범정부 컨트롤 타워 필요
한동훈 등 대선주자가 명운 걸고 해결 나서야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저출산 문제를 두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보며 7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며 저출산 문제에 대해 “모든 국가적 노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합계출산율 1.4명이란 목표를 제시했지만 임기 중 출산율은 2017년 1.05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신생아 수는 계속 줄었지만 2002년 합계출산율은 1.178명으로 2016년(1.172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출산율 하락이 본격화된 건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7년경부터였다.

주거 불안이 성장률 하락 및 고용 불안과 맞물리며 저출산을 가속화시킨 것이다.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90년 통일 이후 미혼 여성이 대거 유출됐던 동독 지역(0.77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말 그대로 ‘재앙적 상황’인 만큼 윤 대통령이 언급한 ‘차원이 다른 접근’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방식이다.

저출산 대책과 관련한 다른 오해 중 하나는 저출산 대책의 컨트롤 타워가 보건복지부란 것이다. 하지만 청년 및 신혼부부 주거 보장은 국토교통부, 일-가정 양립 지원은 고용노동부, 사교육비 대책은 교육부, 여성 및 청소년 대책은 여성가족부에서 한다. 그리고 범정부 컨트롤 타워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맡고 있다.

문제는 저고위에 예산 편성권이 없고, 각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정무적 파워도 없다는 것이다.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지만 취임 후 회의를 직접 주재한 건 한 번뿐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장관급인 김영미 부위원장은 손꼽히는 전문가다. 또 열심히 하지만 나경원 전 부위원장과는 정치적 위상이 다르다 보니 각 부처 협조가 잘 안 된다고 들었다”고 했다.

‘모두의 책임은 결국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란 말이 있다. 국민의힘에서 1호 공약으로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며 ‘부총리가 장관을 맡는 인구부 신설’을 밝힌 것도 확실한 주무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도 지난해 4월 저출산 대책을 총괄하는 ‘어린이가족청’을 만들었다.

이왕 ‘차원이 다른 접근’을 하겠다면 차기 대선주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총선 후 인구부 장관 겸 부총리를 맡기는 건 어떨까. 이미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한 위원장이 명운을 걸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면 야당도 강하게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불거진 대통령실과의 갈등 때문에 어렵다면 다른 대선주자도 상관없다. 여권 대선주자가 내각에서 총대를 메고 나서야 다른 장관들의 협조를 얻으며 정부 내 자원을 총동원할 수 있다.

정부가 총력을 기울인다면 출산율 반등은 충분히 가능하다. 본보 기자들이 신년기획 ‘출산율, 다시 1.0대로’ 취재를 위해 둘러본 프랑스, 스웨덴, 독일, 헝가리, 체코, 일본 등은 모두 합계출산율 1.0명대 초중반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1.0명 아래로 추락한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밖에 없다. 이제 70여 일 남은 총선이 끝나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진짜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다. 윤 대통령이 어떤 ‘차원이 다른 접근’을 할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여권 대선주자#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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