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때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이 재상고하지 않는 한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의 사법 절차는 7년여 만에 마무리된다.
국정 농단 사건은 2014년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과 2016년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모집’ 의혹으로 시작됐다. 정 씨는 헛짚은 것이었으나 뜻밖에 그의 부인이었던 최 씨가 등장했다. 미르·K스포츠 출연금은 대부분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롯데의 추가 출연금만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뇌물로 인정됐다. 삼성은 출연금이 아니라 최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지원금 등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인정됐다. 묵시적 청탁이라는 법리가 동원됐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최종 지시자가 따로 있음에도 직권남용죄로 유죄가 됐다.
국정 농단 사건은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 청산’으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곁가지로 뻗어나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최 씨와의 관련성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불법 사찰 혐의가 인정됐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특별활동비에서 청와대 등에 지원한 돈 때문에 국고손실죄로 처벌받았다.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사실상 유죄가 확정됐다. ‘세월호 보고 조작’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은 요란스러웠으나 무죄로 끝났다.
숫자로만 보면 58명이 기소돼 48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내용적으로 보면 검찰이 비중을 둬 기소한 많은 혐의가 무죄로 드러났다. 특히 직권남용죄의 남용이 빚어졌다. 국정 농단 수사를 주도한 박영수 특별검사는 대장동 사건의 주범 김만배와의 돈거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 농단 사건과 뗄 수 없는 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늘 내려진다. 삼성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묵시적 청탁 근거로 제시된 ‘기업 현안’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선고는 다음 달 나온다. 혁명에 버금가는 사건들이 잇따랐다. 법정의 평가 이후에는 역사의 평가가 남아 있다. 이들 사건이 국가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혹은 어떤 폐단을 낳았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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