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중고 학부모에 매년 100만원 바우처, 저출산 핑계 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6일 23시 54분


국민의힘이 이달 18일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과 아빠 출산휴가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저출산 1호 공약을 공개한 데 이어 25일 2호 공약을 발표했다. 초등학교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늘봄학교’를 내년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무상 지원하고, 초중고교 학부모들에게 매년 100만 원의 ‘새 학기 도약 바우처’를 지급하며, ‘아이돌봄서비스’ 정부 지원을 가족과 민간 돌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2호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이 초중고교 학부모들에게 매년 3월과 9월 50만 원씩 총 100만 원을 지급하는 새 학기 도약 바우처 제도다. 교육비 부담이 만만찮은 가정으로선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바우처가 반갑겠지만 단순한 현금 살포식 정책은 출산율 제고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지원금이 1000만 원을 넘어가면 현금 지원보다 육아휴직이나 보육 지원 같은 정책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현금 규모만 아동수당을 포함해 최소 2700만 원이 넘는다.

국민의힘은 새 학기 도약 바우처 제도 소요 예산이 연간 5조 원이고, 1·2호 저출산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을 모두 합치면 11조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한다면서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새 학기 도약 바우처를 언제부터 주는지도 미정이라고 한다. 집권 여당이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재원 대책도 없이 발표한 것이다. 저출산은 핑계일 뿐 학부모들의 총선 표심을 사려는 선심 공약 아닌가.

우리나라 가족 관련 정부 지출은 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2.2%)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사교육비 부담도 아이 낳을 엄두를 못 내게 하는 요인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효과 없는 정책에 헛돈을 쓸 수는 없다. 특히 현금 지원은 체감도가 높아 한 번 주기 시작하면 없애기 어렵다. 그동안 중앙과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쏟아낸 현금 지원 정책들을 조율해 육아휴직제같이 검증된 정책을 확산시키는 데 집중하고, 교육비 문제는 과열된 입시 경쟁을 완화하는 교육개혁 같은 근원적 대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100만원 바우처#저출산#핑계 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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