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급감에도 대학 입시에 2회 이상 도전하는 ‘N수생’ 비중은 늘어나는 기현상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입 수능을 치른 N수생 비율이 35.3%(17만7942명)로 28년 만에 최대치를 찍은 데 이어 올해도 N수생이 17만5000명이 넘고 비중은 34%로 3년째 30%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불수능’으로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한 학생이 늘어난 데다 의대 입학 정원도 크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요즘 N수생 시장은 ‘폭풍 전야’라고 한다. 다음 달 공개되는 의대 증원 규모가 최소 1000명 이상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4월에는 대학들이 무전공 선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의대나 인기학과에 갈 수 있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길 기대하는 것이다. 대개는 2월 정시 합격자 발표에서 떨어지면 재수학원을 찾는데 올해는 대입 원서도 안 쓰고 재수로 직행하는 ‘생재수생’들이 이달 초부터 일찌감치 학원 강의를 듣고 있다. 1학기가 끝나는 6월부터 입시 준비를 하던 대학의 ‘반수생’들도 올해는 3월 시작되는 야간반과 주말반에 다닐 준비를 한다.
N수 광풍의 사회적 병폐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선 상태다. 연간 17만 명이 9개월간 재수학원에 다니느라 쓰는 학원비만 3조 원 규모인데 재수 준비 기간이 늘어나면 사교육비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대학생들이 반수하느라 날리는 대학 등록금도 개인당 수백만 원이다. 지방에서 수도권, 수도권에서 서울, 서울에서 의대로 연간 10만 명의 반수생들이 연쇄 이동해가며 대학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대학 입학과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시기가 줄줄이 유예되면서 사회 전체의 생산력과 출산율 제고 노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학벌주의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노동시장 진입 지체, 결혼과 출산 지연 등을 야기한다’고 진단했다. 학력이 아닌 학벌을 위한 소모적 경쟁을 막는 교육 개혁, 의사나 대기업 정규직이 아니어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개혁을 해야 청년과 나라를 병들게 하는 N수 광풍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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