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하면 중국을 적성국가로 분류해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제품에 10%포인트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던 기존 방침보다 중국에 훨씬 공격적인 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이런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8, 2019년 트럼프 임기 중 중국산 제품 수천 개 품목에 물렸던 25%의 갑절이 넘는 고율관세를 트럼프 진영이 준비하고 있다. 회원국끼리 동등한 무역조건을 보장하도록 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 주던 ‘최혜국 대우’를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트럼프 정부 때 시작된 미중 무역갈등으로 작년 1∼11월 미국의 수입 중 중국산 비중은 13.9%로 이미 2004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문제는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한국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중국의 수입에서 한국산 비중은 6.3%로 3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무역 상대국이다. 중국 상품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그 제품 생산에 쓰이는 한국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된다. 중동, 동남아, 남미 등 대체 판로를 빠르게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트럼프 중국 제재의 가장 큰 이유가 미국과의 무역에서 너무 많은 흑자를 낸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대미 교역에서 작년에만 445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내용이 자국에 불리하다는 트럼프 정부의 재협상 요구로 상당한 양보를 했던 지난 정부 때와 비슷한 일도 재연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도 공언하고 있어, 이 법에 맞춰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2기 집권 가능성은 올해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됐다. 일본 등 선진국들은 벌써 트럼프 진영에 가까운 인사를 동원해 자국에 불이익이 될 정책의 방향을 트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총선 등 국내 현안에만 집중하느라 국제 무역질서 재편의 큰 흐름을 놓친다면 나중에 주워 담기 힘든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