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1%대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이 첫날부터 폭주했다. 대출을 시작한 그제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이트는 1시간 넘게 대기해야 접속이 가능했고, 은행마다 수백 건씩 신청이 쏟아졌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파격적인 금리의 정책대출 상품이 출시되자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몰린 것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2년 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가 일정 요건을 갖추면 9억 원 이하 집을 살 때 연 1.6∼3.3%의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국토교통부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겠다며 신설한 정책 모기지로, 올해 27조 원 규모로 공급한다고 한다. 다음 달에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최저 2%대 금리로 분양가의 80%를 빌려주는 ‘청년주택드림대출’도 나온다.
문제는 획기적 조건을 내건 정책 모기지 상품들이 가뜩이나 위험 수위인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연 4%대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빌릴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젊은층의 ‘영끌’ 수단이 되면서 가계 빚 증가세를 부채질한 바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아이를 낳은 가구만 이용할 수 있어 대상이 제한적이지만 특례보금자리론보다 금리가 더 낮아 무주택자의 영끌을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신생아 특례대출 같은 정책 모기지 상품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기존 DSR 규제보다 한층 강화된 ‘스트레스DSR’을 도입하며 가계 빚 억제에 나서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정책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엇박자 정책으로는 가계부채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석 달째 5조 원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여전히 100%를 넘어서고 있어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되지 않도록 공급 규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해 정책대출도 DSR 규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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