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金)사과’라고 할 정도로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5년 전부터 가을이 아닌 여름에 수확하는 신품종 개량 사과가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익숙한 빨간색이 아닌 노란색이어서 ‘황금사과’로 불린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요즘 사과를 ‘금사과’라 부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비싸도 너무 비싸서다. 사과뿐만 아니라 배, 귤, 딸기 등 비싸지 않은 과일이 없다. 마트와 전통시장에선 과일 봉지를 들었다 놨다 한참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다.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 가격은 딴 세상 얘기다. 두 달 연속 15% 이상 올랐다. 특히 사과(56.8%), 배(41.2%), 귤(39.8%), 딸기(15.5%) 등 신선과실 가격이 28.5% 오르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서울 전통시장을 기준으로 400g짜리 사과 3개가 평균 1만3000원이 넘고 700g짜리 배 3개는 1만5000원에 가깝다. 딸기도 500g 한 팩 기준으로 소매가격이 2만 원 안팎까지 올랐다.
▷과일값이 크게 오른 것은 지난해 극심했던 이상기후로 주요 과일의 생산량이 한꺼번에 줄었기 때문이다. 대표 국민 과일이자 명절 주요 제수품인 사과와 배의 경우 봄철 개화기 땐 이상저온으로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했고, 여름철엔 폭염으로 탄저병 등 병충해에 노출됐다. 수확 시기에는 태풍 등으로 낙과 피해도 많았다. 지난해 사과, 배, 단감의 생산량 모두 전년보다 30%가량 줄었다. 겨울철 대표 과일인 딸기도 폭염, 수해 등의 영향으로 출하량이 크게 감소했다.
▷제철 과일의 가격 급등은 작황이 나쁘지 않았던 다른 과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감귤에 수요가 몰리면서 귤 가격이 2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금귤’이 됐다. 이불 속에서 하나둘 까먹다 보면 어느새 한 상자가 동나곤 했는데 귤 1개가 500원을 넘는 지금은 부담스러워졌다. 국산 과일이 비싸지면서 소비자들은 오렌지, 바나나, 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과일이나 냉동 과일도 인기다.
▷지난해 과일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남아 있는 저장 물량도 많지 않아 햇과일이 나오기 시작할 때까지는 가격이 안정되기 쉽지 않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올해 작황은 괜찮을지 불안감도 크다. 과일값 등이 치솟으면서 올해 4인 가족 설 차례상 비용은 대형마트 기준 38만580원으로 역대 최고치라고 한다. 이러다 명절에 조상님들이 처음 보는 외래 과일만 잔뜩 있거나 아예 과일이 없는 차례상에 당황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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