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연간 365회 넘게 외래진료를 받는 환자에겐 올해 7월부터 병원비의 90%를 부담시키기로 했다. 환자가 불필요한 진료를 받는 ‘의료 쇼핑’을 줄이려는 조치다. 반대로 의료기관을 적게 이용하면 건보 가입자에게 연간 12만 원까지 돌려주는 ‘의료 바우처’ 제도를 시범 운영한다고 한다.
정부가 건보 재정 건전성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2022년 하루 평균 1회 이상 병원에 간 이들에게 투입된 건보 재정만 268억 원에 이른다. 3000번 넘게 외래진료를 받은 사람도 있다. 특히 근래의 급격한 보장성 강화는 실손보험 활성화와 맞물려 과잉 의료를 유발하고 건보 재정을 좀먹었다.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진료비는 2018년 이후 3년 만에 10배로 증가해 1조8000억 원이 됐다. 연간 외래 이용 횟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배 수준이다. 2028년엔 건보 재정 수지 적자 폭이 1조6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아울러 2028년까지 필수의료에 10조 원을 투입해 중증·응급 의료 공백을 없애고, 지역 격차를 축소하는 한편으로 취약계층의 의료안전망을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탄탄한 재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발표된 재정 건전화 대책만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정이 새는 구멍을 철저히 틀어막아야 한다. 감기 등 경증 질환의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안이나 실손보험처럼 일정 금액까진 전액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차차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2028년엔 건보 준비금이 완전히 바닥난다’는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을 두고 보건복지부는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2028년에도 지금과 비슷한 28조 원가량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연령인구는 앞으로 10년 동안 337만 명이 감소한다. 준비금 고갈은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고, 현재 8%인 보험료율 법정 상한 인상도 피할 수 없다는 건 확실하다. 한데도 중장기 건보 재정 안정 대책은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10년 이상의 장기 추계를 바탕으로 재정 악화에 미리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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