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신기록… 2030 “월가 딴 나라 얘기”
고금리-고물가 후유증은 끝나지 않았다
요즘 미국 경제는 연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지표가 쏟아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4일(현지 시간) 공개된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제도, 고용시장도 강하고 물가는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가 너무 좋아서 연준이 충분히 시간을 두고 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해도 되는 ‘여유’가 있다는 의미의 발언도 이어졌다.
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미 투자심리를 지배하던 연준의 통화정책에서 이제 어느 정도 벗어나 빅테크의 화려한 실적이 증시를 떠받치는 모양새다. 지난주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발 상업부동산 위기 조짐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2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수존스지수 모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다우존스는 올해 9번째 기록 경신이다.
올 초 미 물류업체 UPS가 1만2000명 감원에 나서고 구글 아마존이 인공지능(AI)발 대규모 감원을 예고했는데도 미 고용은 깜짝 성장 중이다. 1월 신규 일자리는 전월 대비 35만3000개로 시장 전망(18만 명)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많은 미국인은 여전히 경제에 대한 불만이 높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경제 불안정’이 꼽힐 정도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뉴욕에서도 20, 30대 MZ세대와 대화해 보면 치솟는 렌트비나 외식비 때문에 삶의 질이 더 떨어졌다고 호소한다. 직장인 에마 코브 씨(32)는 기자에게 “월급이 지금보다 낮았던 5, 6년 전보다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며 “미용실과 배달음식이 사치품이 됐다”고 했다. 심지어 학자금대출 상환이 유예됐던 팬데믹 시절이 그립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MZ세대의 불만은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2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성인 1212명 중 26%만 “미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여름 조사(20%) 때보다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다. 민주당 지지자들로 한정하면 49%가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답했지만 세대별로 따지면 역시 젊은층이 더 비관적이었다. 45세 미만 민주당원은 약 35%가, 45세 이상은 약 63%가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왜 그럴까. 이들은 두 개의 경제가 돌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팬데믹 이전에 3.5%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산 사람과 그 이후 집값이 오른 상태에서 6, 7%대 금리 부담을 져야 하는 사람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후자는 주로 2030세대다. 4년 동안 급격한 자산 가격 상승과 금리 급등이 세대별 양극화를 키운다는 얘기다.
무주택자의 고통은 더하다. 뉴욕시의 방 하나짜리 집 렌트비는 지난해 11월 기준 4300달러로 1년 전보다 13% 올랐다. 미국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주거비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맨해튼의 한 20대 직장인은 “월가는 잘나가고 있지만 체감이 안 된다”며 “베이비부머나 X세대들은 저금리에 집을 사서 여유롭게 투자도 하겠지만 나머지는 렌트비와 학자금 대출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호소했다.
강력해 보이는 미국 경제도 들여다보면 양극화와 세대 갈등 속에 젊은 세대의 불만이 특히 가속화되는 셈이다. 이들의 표심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집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뒤따르는 고강도 긴축 후유증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져도 고물가와 고금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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