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의 중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어제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법관 14명 중 항소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법관은 임 전 차장을 포함해 3명이 전부다. 형량도 실형이 없고 벌금형과 징역형 집행유예뿐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나머지 11명은 무죄가 선고되거나 확정됐다. 사법 농단이라고까지 불리며 나라를 흔들고 국력을 소비한 사건치고는 재판 결과가 보잘것없다.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했다는 등 주요 재판 관여 혐의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소송 서류를 사실상 대필해 줬다는 혐의 등이 일부 유죄로 판단됐다. 그렇다고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블랙리스트로 불린 것은 법관 인사 자료였을 뿐이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시도도 인정되지 않았다. 사법부와 행정부의 결탁으로 삼권분립을 무너뜨렸다는 사법 농단은 과장이었다. 일부 사법 행정의 일탈이 있었을 뿐이다.
사법 농단 몰이는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이 사건 수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작됐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대통령이 됐고 그 아래서 수사팀장을 맡은 한동훈 3차장은 여당의 사실상 대표가 됐다. 유죄 판결이든 무죄 판결이든 수사에 적극 협조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서 보직을 받은 판사들에 의해 내려졌다. 최소한 지금의 여야는 ‘팔이 안으로 굽은 판결’이라는 식으로 비판할 자격이 없다.
사법 농단 사건은 침소봉대로 드러났지만 사법부가 관료화에 젖어 빌미를 제공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무죄가 되긴 했지만 자신을 보좌하던 임 전 차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유죄 선고에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김 전 대법원장은 법원 내에서 사법 농단 몰이에 앞장서고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법 농단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사법권력 교체의 기회로 이용한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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