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해 현재는 전 세계 10대 바이오 제약사 MSD 아태지역본부에서 항암제 사업부를 총괄하는 임원 김성필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상사는 물론 다른 부서장, 아태지역 각 나라 대표 및 임원들과 일하며 이들을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자신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고 했다.
상사가 내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거절하거나 자신에게 이해되지 않는 지시를 할 때면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아, ‘투자자’들에게 내 의도를 잘 설명하지 못해 이들이 이해하지 못했구나” 혹은 “더 좋은 투자 방안이 있는 것을 나와 함께 일하는 ‘투자자’들이 아직 모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그는 단지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상사나 타 부서를 설득하고 나면, ‘투자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투자한 셈이기 때문에 그 투자 가치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게 되면서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한다. ‘투자자’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찾아가며 커리어를 만들어 온 것이다.
몇 년 전 그에게 이 말을 들은 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코치와 퍼실리테이터로서 나와 일하는 고객뿐 아니라,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을, 내가 진행하는 북클럽 참여자들을, 내 전시 방문객들을 ‘투자자’라는 새로운 렌즈로 보게 되고 이들에게 어떻게 투자 수익을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된 것이다.
일하면서 ‘투자자’ 마인드셋을 갖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돈의 심리학’ 저자 모건 하우절은 장기투자에 따른 복리 혜택을 누리려면 변동성에 대한 불안을 견뎌야 하는데, 이는 결국 마인드셋에 달려 있다고 했다. 어떤 투자자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벌금(fine)’으로 생각하기에 장기투자를 중간에 포기하게 된다. 반면 어떤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장기적 성장을 위한 입장료(fee)로 보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투자를 하여 결국 복리의 혜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하다가 나는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떠올렸다. 자신만의 기술,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자기만의 인장(印章)’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세 사람의 인사이트가 직업인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회사나 상사, 고객은 물론 동료, 팀원의 입장으로 볼 때 직업인으로서 내가 하는 일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인지 생각해 보자. 내가 하는 일이 투자 매력도를 갖고 있는 한 나는 조직 내외부에서 경제적 생존 가능성은 물론 즐겁게 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내가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경력이 쌓여가면서 투자 매력도가 올라가고 있는지, 아니면 떨어지고 있는지 돌아보자. 흔히 우리는 특정 분야에서 일을 몇 년 동안 해왔는지를 주요 경력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 매력도는 단순히 오래 일한 것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기업이 연구 개발을 게을리하면 미래 투자 가치가 떨어지고 시장에서 뒤처지듯 직업인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지속해서 배워가고 있는지, 아니면 오랜 경력이라는 안전지대에만 머물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성근 감독은 누구보다 새로운 시도를 대담하게 하며 경계를 넓혀왔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늘 불확실성을 안고 간다. 나는 이런 변동성을 ‘벌금’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와 성장을 만드는 ‘입장료’로 보고 있는가?
‘마인드셋’을 쓴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캐럴 드웩 교수는 성장 마인드셋을 고정 마인드셋과 구분한다. 고정 마인드셋에서 실수란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꺼린다. 반면 성장 마인드셋은 실수란 성장을 위한 ‘입장료’ 같은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로부터 배우려는 시도를 더 하게 된다.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직업을 ‘투자자’ 입장에서 바라보자. 나만의 ‘인장’은 무엇인가? 나는 미래에도 투자 매력도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 어떤 연구, 개발 작업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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