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위크 맞아 런웨이로 변한 뉴욕… 일주일에 부가가치 1.2조 원[글로벌 현장을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4일 2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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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공립 도서관에서 열린 ‘토리 버치’의 2024년 가을겨울 패션쇼 현장. 코로나19로 몇 년간
 주춤했던 뉴욕 패션위크는 오프라인 패션쇼의 영향력이 재부상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공립 도서관에서 열린 ‘토리 버치’의 2024년 가을겨울 패션쇼 현장. 코로나19로 몇 년간 주춤했던 뉴욕 패션위크는 오프라인 패션쇼의 영향력이 재부상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김현수 뉴욕 특파원
김현수 뉴욕 특파원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한 공립도서관. 어둠이 몰려오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영화배우 우마 서먼, 패션지 ‘보그’ 편집장 애나 윈투어, 전 모델 알렉사 청 등 유명인을 태운 검정색 자동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 이들을 찍으려는 취재진으로 입구부터 북적일 정도였다.

줄지어 도서관으로 들어가니 로비의 긴 회랑이 패션 런웨이로 바뀌어 있었다. 뉴욕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토리 버치의 2024 가을겨울 시즌 패션쇼가 펼쳐지는 현장이었다. 장내에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 음악이 흐르고 조명이 꺼졌다 켜졌다 했다. 이후 기다란 도서관 복도로 조명에 반짝이는 볼륨감 있는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등장했다. 약 15분간 참석자들은 런웨이의 마법에 빠졌다.》






‘런웨이’로 변한 뉴욕
버치는 “우리는 매일 숭고한(sublime) 일상을 위해 고민하며 살고 있다. 낡은 재킷, 램프의 갓, 심지어 샤워캡에서도 (영감을) 얻는다”며 이번 컬렉션이 일상의 소소한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날 패션쇼는 9∼14일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의 일환이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세계적 패션 행사로 이 기간 뉴욕 곳곳에서는 약 70명의 뉴욕 기반 디자이너들이 6개월 후 매장에 등장할 디자인을 앞서 선보인다. 뉴욕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의 패션위크로 이어지는 이른바 세계 4대 패션 도시의 ‘패션 먼스’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는 세계 각국의 패션계 인사, 패션지 관계자, 바이어, 소셜미디어 스타들이 몰려 길거리 분위기가 달라진다. 13일에는 뉴욕시 공립학교가 모두 원격 수업으로 전환할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닥쳤지만 봄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눈에 띌 정도다.

뉴욕시 당국은 이를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뉴욕을 알리는 홍보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반긴다. 경제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관광,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합쳐 패션위크 일주일 동안에만 최소 약 9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의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

과거 1990년대에는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에 설치된 거대한 텐트에서 뉴욕 패션위크가 열렸다. 2010년 링컨센터 등을 거쳐 올해에는 역사적인 오피스 빌딩인 ‘스타렛리하이’ 빌딩으로 공식 개최 장소가 옮겨졌다.

하지만 유명 디자이너들은 지정 장소가 아닌 도서관, 음식점, 공연센터 등 시 곳곳을 런웨이로 바꿔놓았다. 또 다른 유명 디자이너 토미 힐피거는 그랜드센트럴역 지하 식당가의 115년 된 식당 ‘오이스터 바’를 패션쇼 장소로 삼았다. ‘뉴욕 모먼트’를 테마로 아메리칸 클래식을 선보인다는 취지였다.

최근에는 한국 서울, 일본 도쿄, 덴마크 코펜하겐 등도 ‘세계 5대 패션 도시’ 안에 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 패션위크 직전인 이달 1∼5일에 서울 패션위크가 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 먼스’의 시작을 뉴욕이 아닌 서울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패션위크는 죽었다?
패션위크의 역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패션 중심지라는 파리의 명성을 넘어보려는 뉴욕의 패션 마케터들이 1943년 언론을 대상으로 미리 판매할 의상을 선보이기 위해 ‘프레스 위크’를 만들었던 것이 시초였다.

이후 파리와 밀라노 런던이 합류하며 현재의 ‘패션 먼스’가 자리 잡았다. 패션쇼를 통해 홍보도 하고, 백화점 바이어들은 현장 반응을 보고 미리 어떤 옷을 구매할지 결정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다만 정보기술(IT) 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패션업계에도 디지털 혁명이 불어 닥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며 기존 패션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온라인으로 패션 브랜드가 직접 다양한 방법으로 디자이너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데 굳이 ‘비싼’ 오프라인 행사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는 논리다.

특히 프랑스의 세계적 럭셔리 브랜드 샤넬, 에르메스 등처럼 럭셔리 브랜드가 많지 않은 뉴욕이 파리에 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유명 인플루언서 테일러 호킨스가 “뉴욕패션위크는 죽었다”고 선언해 논란이 확산됐다. 대표적인 뉴욕 기반 럭셔리 브랜드로 꼽히는 ‘더 로’ 또한 뉴욕이 아닌 파리 패션위크로 옮겨 갔다. 뉴욕의 또 다른 대형 브랜드 ‘랄프로렌’ 또한 이번 패션위크에 불참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패션쇼 또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한다고 본다. 2016년 탄생한 디자이너 브랜드 ‘케이트’가 뉴욕 패션위크의 스타로 떠오르는 등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할 수 있는 기능은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토리 버치도 코로나19 이후 패션위크로 돌아왔고 뉴욕타임스(NYT) 등으로부터 “브랜드 변신에 성공했다” “다시 쿨(cool)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쇼를 통해 2000년대 유행했던 로고 박힌 플랫슈즈 이미지에서 탈피했다는 의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에 멈췄던 패션위크가 재개되면서 쇼를 통해 디자이너의 정체성과 다가올 패션 트렌드를 알리고, 디지털과 결합하면서 오히려 더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K패션의 도전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타렛리하이 빌딩에서 열린 ‘컨셉코리아’ 패션쇼에 모델로 등장한 K팝 그룹 ‘몬스타엑스’의
 셔누가 런웨이를 걷고 있다. 컨셉코리아는 한국 디자이너들을 뉴욕에 알리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타렛리하이 빌딩에서 열린 ‘컨셉코리아’ 패션쇼에 모델로 등장한 K팝 그룹 ‘몬스타엑스’의 셔누가 런웨이를 걷고 있다. 컨셉코리아는 한국 디자이너들을 뉴욕에 알리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남는 자리 없나요?”

미 북동부에 눈폭풍이 몰아친 13일 뉴욕 패션위크의 개최 장소인 스타렛리하이 빌딩 앞에는 긴 줄이 서 있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한국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컨셉코리아(Concept Kroea)’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K패션을 알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다.

이 행사의 참석 예정자가 불참할 때를 대비해 남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거센 눈보라 속에도 많은 뉴욕 시민이 줄을 섰다. 10대 딸과 함께 줄을 선 한 50대 여성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패션도 궁금해 찾아와 봤다”고 했다.

이날 컨셉코리아는 박현 디자이너의 ‘므아므(MMAM)’, 강요한 디자이너의 ‘참스(CHARM’S)’, 김희진 디자이너의 ‘키미제이(KIMMY J)’ 등이 함께 패션쇼로 진행됐다. 이날 K팝 그룹 몬스타엑스의 멤버 ‘셔누’가 모델로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올해 뉴욕 패션위크에서도 K패션의 도전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미국에서 K패션은 한국 드라마와 음식에 비해 존재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K팝 스타의 패션은 각광을 받지만 한국 디자이너들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컨셉코리아 또한 2010년부터 꾸준히 뉴욕의 문을 두드려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신진 디자이너에게 꾸준히 뉴욕 패션위크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현지 바이어와 계약을 맺는 단계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패션위크#런웨이#k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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