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자금이 지난해 6월 현재 55조8000억 원인데, 올해 14조 원가량의 만기가 돌아온다고 한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실률 급증으로 미국·유럽 등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 급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금융권의 손실이 불가피할 조짐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작년 4분기 20%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올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최대 15%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금융 당국은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금융권 총자산의 0.8% 수준에 불과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다. 이미 국내 증권사 등은 지난해 4분기에만 상업용 부동산 투자 부실로 수천억 원대 손실을 입었다.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들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도 상당해 부실이 현실화되면 금융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앞서 미국 뉴욕커뮤니티뱅코프, 일본 아오조라은행 등 해외 중소형 은행들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부실 여파로 주가 폭락,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겪고 있다. 미국발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유럽, 일본 등으로 전염되면서 금융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사와 당국이 해외 상업용 부동산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 손실 현실화를 눈앞에 뒀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4365억 원을 포함해 2026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공모펀드 규모가 8800억 원가량인데, 주요 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15%에서 많게는 ―80%대까지 추락한 탓이다. 일부 펀드들이 만기를 연장하며 손실 확정을 미루고 있지만 해외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심화되고 있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자금이 묶인 개인투자자가 2만3000명이 넘고, 일부 투자자는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고 있어 제2의 홍콩발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은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해외 부동산 사업장 현황과 개인들의 투자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부실 전염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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