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이라 비단옷은 알지도 못하고, 좋은 중매인에게 부탁하고 싶어도 마음만 더 상하네. 격조 있고 품위가 있다 한들 누가 알아주리오. 다들 요새 유행하는 특이한 차림이나 좋아하는걸. 열 손가락 바느질 솜씨는 대놓고 자랑할지언정, 두 눈썹 예쁘게 그려 남과 겨루진 않지. 한스럽구나. 해마다 금빛 자수를 놓아, 남의 집 신부 옷이나 지어주고 있으니.
가난 때문에 세인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처녀. 빼어난 바느질 솜씨를 자부할지언정 외모를 치장하는 것으로 남과 경쟁하진 않는다. 하나 이런 매력이 무슨 소용이랴. 지금 세태는 온통 특이한 차림, 예쁜 화장 등 화려한 외양만 중시하는 것을. 여자에게 중매가 없으면 혼인이 어렵다는 건 아득한 옛날부터 굳어진 풍습. 기원전 5, 6세기의 민요 ‘시경’에도 늦어진 혼사를 두고 여자가 ‘제가 시기를 늦춘 게 아니라, 그대에게 좋은 중매인이 없었기 때문이라오’라며 남자를 원망하는 시구가 나온다. 사실 이 사내는 뜨내기 건달이었는데 막살이를 하더라도 매파의 중매가 꼭 필요했음을 보여준다.
이 시 역시 가난의 설움보다는 중매가 없어 혼사가 무망(無望)해진 여자의 낙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인이 여인을 실제 목도했는지 아니면 떠도는 풍문을 들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둘 사이엔 은연중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 관직에 뜻을 품은 선비라면 자신을 요로에 천거해 줄 ‘좋은 중매인’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굳이 여인의 ‘격조와 품위’를 내세운 것도 선비 정신과 연결해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부심과 열등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두 형상이 묘하게 오버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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