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022년 대선 때 정치 유튜브 채널을 집계해보니 600여 개였다. 그중 유권자에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본 채널은 110개였다. 대선 기간 이 채널들이 생성한 영상 2만7000개에 달린 댓글 700만 개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인신공격, 정치혐오, 의혹제기 등의 부정적 댓글이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으로 분류한 투표독려, 후보응원, 상호토론 등 주제 댓글보다 훨씬 많았다.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 건 정치인이다. 유튜브는 그 증오를 증폭시키는 대표적 통로가 됐다. 영국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가 쓴 ‘도둑 맞은 집중력’에 따르면 유튜브는 사용자의 시청 시간이 늘어날수록 많은 돈을 번다. 하리는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잔인하고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영상을 볼 때 시청 시간이 늘어나는 걸 알고 있다. 유튜브는 계속 영상을 시청하게 하려고 점점 더 극단적인 영상을 보여준다”고 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상대 진영을 저주하는 극단적 언어가 담긴 자극적 영상을 더 많이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 ‘유사 정당화’되고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진단이다. 사실상 정당에 준하는 권력을 행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 그의 분석을 들어봤다.
우선 정치 유튜브 채널은 공천관리위원회처럼 의원 평가를 하고 있다. 문제는 특정 계파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이다. A 채널은 지난해 9∼12월 16개 지역구 현역 의원에 대한 공약 평가 영상 13개를 내보냈다. 평가 대상이 된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은 모두 비명(비이재명)계였다. 이들은 모든 평가 항목에서 대부분 상중하 중 ‘하’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에 대한 평가 섬네일엔 ‘부산의 강남(해운대갑) 하태경 공약 이행은’이라는 중립적인 제목이 달렸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에게는 ‘관종행위 몰두한 조응천 지역구 공약이행 탐방’ 제목이, 민주당 송갑석 의원에게는 ‘지역구 거널난 송갑석’ 제목이 달렸다.
둘째, 의원 지지율 여론조사를 발표한다. B 채널은 이 채널과 관련 있는 여론조사 업체가 실시한 지역구별 가상대결 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셋째, 사실상 총선 예비후보를 검증하거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C 채널은 한 코너에 주로 친명(친이재명)계 총선 도전자들을 출연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진다. 강성 지지층 앞에서 정체성을 검증하는 셈이다.
정치 유튜브 채널들은 ‘유사 공천권’을 행사할 정도의 권력이 돼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강성 지지층에 어필하고 구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욱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지난해 12월 진행된 국내 앱 이용자 수 조사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극단적 증오를 부추기는 내용들이 자극적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타고 더욱 확산된다.
이전엔 문제 콘텐츠는 생산자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배포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다. ‘수만 권 책을 진열한 서점 주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유럽이 도입한 디지털서비스법(DSA)은 플랫폼 기업에 허위정보 등 유통을 막을 책임을 지운다. 우리도 배포자인 유튜브가 문제를 확인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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