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안준호 감독(68)은 코트 안에서는 승부욕에 불타지만 코트를 벗어나면 유쾌한 사람이다. 항상 긍정적으로 말하고,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그는 “우리가 살면서 하는 90% 이상의 걱정은 아무리 해도 해결이 안 되는 것들이다. 어쩔 수 없는 일들로 끙끙 앓느니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또 끝없이 배움을 추구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미국 대학 농구 명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현지 코칭스태프와 함께 경기를 보고, 회의에도 참가하며 열정적으로 보고, 듣고, 배웠다.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도 틈틈이 관전하면서 변화하는 농구의 흐름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그가 국가대표 감독 지도자 공모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현장 복귀가 13년 만이기 때문. 안 감독은 “많은 분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판사는 판결로 얘기하듯 감독은 성적으로 말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안 감독은 자신의 도전을 ‘라스트 서바이벌’이라고 표현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미국)의 ‘라스트 댄스’를 패러디한 것이다. 그는 “후배들 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인생 100세 시대 아닌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꿈을 꾸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그가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건강하기 때문이다. 그의 하루는 오전 5시 반이면 시작된다. 오전 6시면 수십 년째 다니는 피트니스센터로 ‘출근’한다. 스트레칭→열탕→실내 자전거→트레드밀→근력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다. 그는 “운동으로 시작해야 하루가 즐겁고 쾌활하게 돌아간다. 내게 운동은 만족이나 행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운동을 마치고 오전 11시쯤 그날의 첫 끼니를 ‘아점’으로 먹는다. 저녁 식사는 오후 5시경에 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된다. 저녁 약속 등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두 끼만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 때는 반주도 종종 곁들인다.
정신 건강은 신문과 독서를 통해 챙긴다. 그는 매일 일간지 사설과 칼럼 등을 꼼꼼히 읽는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문구를 잘 정리했다가 강연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때 활용한다. 대학생 시절에도 운동을 하면서 책을 가까이했다. 휴일이 되면 서울 청계천에 있던 고서점가를 다니는 게 주요 일과였다.
덕분에 그는 감독 생활을 하면서 여러 명언을 만들어 냈다. 특히 사자성어를 통해 팀 분위기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을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표현하곤 했다. 이제 한국 농구의 부활을 책임져야 할 감독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상황을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사자성어로 정리했다. 그는 “늙은 말의 지혜가 세상에는 필요하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혜를 한국 농구 부활에 쏟아붓겠다”고 했다. 그는 또 “감독으로 받는 연봉을 기부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 농구 발전을 위해 하나의 불쏘시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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