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이 오늘로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들이 뛸 운동장인 선거구는 여전히 깜깜이다. 선거구획정위는 재외 선거인명부 작성 시작일인 21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지만 현재로선 이를 넘길 공산이 크다. 여야가 서로 유리한 지역의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며 선거구 획정 협상에 손을 놓고 있는 탓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는 총선 1년 전까지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획정위가 인구 변동을 감안해 선거구 통폐합이나 분구 또는 신설하는 안을 마련하지만 국회가 1회에 한해 재획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사실상 국회가 먼저 ‘생사(生死) 선거구’를 합의해야 획정위가 그에 따른 실무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다.
여야는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선거일을 불과 39일 앞둔 시점에서야 선거구를 획정했던 전례가 있다. 이미 재외선거인명부 작성 시한을 넘긴 뒤였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늦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야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이는 여야의 유불리,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막판 담판으로 결론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선관위 획정안은 서울과 전북에서 각 1석을 줄이고 인천, 경기에서 각 1석을 늘리는 안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놓고 민주당은 서울 강남과 부산은 그대로 두면서 전북 의석수를 줄이는 안은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원안대로 수용하자고 맞서고 있다. 의석수 변동은 없지만 분구 합구 등 조정이 필요한 선거구도 많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후보자도 유권자도 헷갈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대형 현수막을 합쳐질 가능성이 있는 옆 선거구에 걸면서 자당 후보들끼리 신경전을 벌이는 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 준비에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런데도 여야는 선거구 획정 협상은 팽개친 채 공천 진행에만 몰두하고 있다. 운동장은 없는데 출전할 선수부터 뽑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여야의 이런 습관성 벼락치기를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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