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 참 비슷하다는 걸 의외의 장소에서 느낄 때가 있다. 주택가 골목길 후미진 곳도 그렇다.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보니 은근 슬쩍 버리는 마음이 슬며시 쌓이고, 그래서 늘 잠재적인 쓰레기장 후보가 된다. 죄다 버리는 것들이니 보기 좋을 리 없고, 누가 관리하는 곳도 아니니 쉽게 치워지지도 않는다. 쓰레기는 쓰레기를 부르는 법. 가끔씩 누군가 치워도 금방 ‘제 모습’으로 돌아가는 ‘회복 탄력성’까지 갖춘다.
‘쓰레기장 아님’ ‘벌금 있음’ ‘CCTV가 보고 있다’ 같은 경고를 해도 그때만 반짝 줄어들 뿐 효과는 높지 않다. 그래서 어느 주택가나 골치 아픈 문제가 되는데, 사실 간단한 방법이 있기는 하다.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뭘까?
작은 꽃밭이다. 한 연구에서 발견한 이 엉뚱한 해답이 진짜 효과가 있는지 어느 TV 방송에서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봤더니 생각지도 못한 모습들이 잡혔다. 아무도 없는 한밤, 물건을 슬쩍 버리러 나왔던 이들이 이전에 없던 꽃밭을 발견하고는 손에 든 걸 버리지 못한 채 이리저리 서성이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었다. 꽃밭을 망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 안에 있어서 그렇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생각이다.
미국 하빌랜드-존스 교수팀은 다른 방법으로 이 마음을 실험했다. 선물을 받을 때 나타나는 미소를 분석해 보니 과일을 받은 사람은 90%가, 따뜻함을 의미하는 양초를 받은 사람은 77%가 마음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지었다. 꽃을 받은 사람은 어땠을까? 놀랍게도 모두 다, 그러니까 100%였다.
우리는 왜 꽃을 좋아할까?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이런 마음은 우리 인류가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축적된 것이다. 꽃이 만발한 곳은 땅이 비옥해 살기 좋은 생태계가 형성되다 보니 ‘꽃= 좋은 것’이라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1982년 충북 청원군 동굴에서 발견된 4∼6세 정도 되는, 일명 ‘흥수 아이’의 유골에 있던 많은 국화꽃가루 역시 이런 마음에서 기원한 표현일 것이다. 이 아이가 구석기인인지 신석기인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이 사랑하는 아이가 저세상으로 가는 길에 많은 꽃을 놓았던 건 분명하다. 사랑하는 마음을 꽃으로 표현한 것이다. 세계 각지의 선사시대 유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오랜 마음의 흔적들이다.
꽃을 좋아해 꽃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화가 이중섭이 남긴 인상적인 일화가 있다. 6·25전쟁으로 부산에 피란 가 있던 시절, 그는 친구 집에 얹혀 살았는데, 하루는 친구 아내가 식탁에 꽃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간 이중섭이 한참 후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 빈손에 대한 답변은 이랬다. “모든 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 꺾을 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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