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렌즈로 본 저출산[기고/최상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5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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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대 주(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
최상대 주(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
프랑스에서는 수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직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국공립학교가 수요일에 쉬기에 부모들은 재택근무,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태어나면 출산장려금, 영유아 보육수당, 가족수당이 지급되고 학생들에게는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이 무료이며 대중교통비를 할인해 준다. 1844년 최초로 어린이집(crche)을 설립하고 지난해 기준 1.68명의 합계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육아 선진국 프랑스의 모습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자녀수당, 보조금 및 육아휴직 혜택 등 가족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예산 비율은 1995년에 0.06%였지만 2020년에는 1.5%로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1번째이며 OECD 평균(2.1%)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일상에서 ‘아동 양육 친화적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 프랑스처럼 아이를 낳고 기르는 체감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출산율 제고와 여성고용 증가가 선순환하는 경제·사회 구조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저출산은 궁극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문제이고 출산율을 높여 노동 공급을 늘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60%로 OECD 38개국 중 30번째로 OECD 평균보다 2.2%포인트 낮다. 반면 남녀 간 임금 격차는 31.2%로 OECD 38개국 중 가장 높으며 OECD 평균의 2.5배가 넘는다.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비율도 22.7%로 OECD 평균(25.4%)을 밑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비율은 45% 이상으로,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높아질수록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개인의 출산을 직접 장려하는 정책보다는 여성에게 출산과 직업 간에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녀 간 임금 격차 완화와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여성의 부담을 남성과 분담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육아기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가 특별한 근로 형태가 아니라 프랑스에서처럼 일상적인 근로 형태로 인식되고 근로현장에서 활용돼야 할 것이다.

OECD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는 여성 고용률 증가가 출산율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전반적으로 양의 상관관계로 전환돼 여성 고용이 자녀 출산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불합리한 남녀 간 임금 격차 해소가 여성 고용 증가를 견인하고, 여성 고용 증가가 저출산 지원 대책과 함께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의 일상화에 따라 경력 단절이 아니라 안정적인 출산율 제고로 이어지는 ‘출생·고용 선순환 구조’가 한국에서 조기에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oecd#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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