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을 두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대치하면서 3월 ‘의료 대란’이 닥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집단 사직에 이어 올해 의대 졸업생들이 대거 대학병원 인턴 신규 임용을 포기하고 있다. 이달 말 계약이 종료되는 레지던트 3, 4년 차와 전임의(펠로)도 추가로 병원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 교수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의 실마리 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채 엄정 대응만 강조하고 있다. 어제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필요 인원”이라며 그 숫자를 다시금 못 박았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에 검사를 파견하는 등 사법 처리를 시사하며 전공의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의대 40곳에서 희망 정원 규모를 받아 조속히 정원 배분을 마무리하고 2000명 증원을 기정사실로 할 방침이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반발해 “끝까지 저항하겠다”며 의대 증원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지금의 ‘강 대 강’ 대치 상황을 보면서 과연 의대 증원 문제를 정부와 의료계가 독점하고 논의할 일인지 묻게 된다. 의대 2000명 증원은 붕괴 직전인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됐으나 그 여파가 의료계에만 미치지 않는다.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인재 블랙홀’ 현상이 심화하고, 첨단 산업의 인력난은 가중될 것이 뻔하다. 더욱이 의대 증원이 교수와 시설 확보 등에 대한 사전 준비 없이 발표되면서 2000명 규모의 적정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의대 증원 규모를 검증하고 인적 자원 배분이 왜곡되는 부작용을 줄이려면 정부가 교육계, 산업계 등 각계의 목소리를 수렴해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어제 주요 국립대 교수들이 모인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도 의료계와 교육계, 산업계를 아우른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그동안 밀실에서 의료 정책을 논의하고 적당한 주고받기로 끝나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 건강이 최우선 되는 의료 정책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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