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방위산업체에서 사이버 해킹으로 빼낸 기술을 핵심 전략무기 증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정보기관의 판단이 나왔다. 북한이 2016년 우리 조선업체에서 탈취한 콜드론치(물 밖 사출 후 점화 발사) 기술 등을 활용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했으며, 지난해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에도 국내외 위성업체에서 탈취한 발사체와 광학장비 기술이 대거 활용됐다는 게 우리 정보당국의 평가 결과라는 것이다.
북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고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 정보당국이 북한 SLBM이나 정찰위성 같은 전략무기에 우리 방산업체의 기술이 적용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사이버 해킹이 그만큼 심각하게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보 사이렌이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독일 정보기관인 헌법보호청(BfV)과 함께 방위산업에서 북한 사이버 공격 피해를 막기 위한 합동 보안 권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북한 해커들이 개인적 취약점을 공략해 정보를 빼내면서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타깃을 정하고 집중 공략하는 북한 해커 조직의 공격 패턴에 우리 정보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이 작년 7, 8월 해군부대를 시찰하며 ‘해군력 강화’를 강조한 뒤 우리 조선업체 4곳에 해킹이 집중됐고, 작년 10월 ‘무인기 생산 강화’ 지시가 나온 뒤엔 무인기 업체들이 잇달아 해킹당했다는 것이다. 다음 타깃이 최근 김정은이 독려하고 나선 핵잠수함 기술일 가능성에 정보당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미 10년 전 김정은을 희화화한 영화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소니픽처스를 해킹하는 대담함을 과시한 북한이다. 사이버 해킹을 가상화폐 절취 같은 외화벌이 수단뿐만 아니라 무기 기술 획득을 위한 저비용 고효율의 치명적 무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무리 정교한 방어망을 갖춰도 그 공격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사이버 세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이버 보안에 대한 투자와 교육을 대폭 강화해 상시적 경계태세를 갖춰야 한다. 적어도 어렵게 축적한 기술이 털려 우리를 겨냥한 살상무기로 돌아오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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