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가까스로 0.7명대를 지켰으나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출산율은 0.6명대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출산율이 바닥을 모르고 매년 추락하면서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에 그쳤다. 2015년 출생아 수(43만8000명)에 비하면 8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한국은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기 시작해 지난해 총인구가 12만 명 감소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1년이면 총인구가 4000만 명대로 쪼그라든다. 전쟁도, 재난도 아닌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나라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먼저 장시간 근로를 선호하는 직장 문화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힘들다. 5인 이상 사업체 중 52%만이 필요할 때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출퇴근 시차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25%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맞벌이를 포기하자니 치솟은 주거비와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을 경험한 국가 중에선 과감한 정책으로 출산율을 반등시킨 사례가 있다. 프랑스는 가족수당을 충분히 지원하고 이를 지원할 때 비혼 가정 자녀도 차별하지 않았다. 독일은 보육시설과 전일제 학교를 확충해 국가가 육아를 책임졌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를 두고 부모가 최대 480일 동안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들 국가는 출산율 1.5∼1.8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17년간 저출산 정책에 약 360조 원을 투입했으나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저출산과 무관한 부처별 각종 사업이 저출산 정책으로 포장되고 정작 필요한 제도에는 찔끔 지원이 이뤄지면서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주택 융자 등을 뺀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가족 관련 지출이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1.4%로 OECD 평균(2.2%)에 크게 못 미친다. 이제라도 보여주기식으로 나열된 정책을 솎아내고 효과가 검증된 정책에 집중해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절박함 없이 시늉만 하면서 국가의 명운이 달린 위기를 방관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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