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지역구 157곳에 대한 공천을 마무리한 현재 현역 의원의 탈락률은 7% 선에 머물고 있다. 공천자 평균연령도 현재까지는 4년 전보다 두 살 더 많은 58세에 이른다. 50대 미만 공천자는 13%에 그치는 데다, 대체로 당선 가능성 낮은 험지에 공천됐다. 여성 공천자 비중은 4년 전처럼 10%를 넘지 못한다. 현역 의원 탈락률이 낮으니 민주당보다는 공천 내분이 크지 않은 것처럼 비치고는 있다. 하지만 쇄신도 활력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직 공천이 진행 중이라 최종 결과를 봐야겠지만 현재까지 90%가 넘은 현역 재공천 비율은 예상됐던 대로다.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현역 의원 90여 명 가운데 컷오프 대상을 10%로 잡았다가 지금은 7명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4년 전(44%), 8년 전(24%) 총선 때의 컷오프와 경선 패배를 포함한 현역 의원 교체 비율에 비춰 보면 한참 낮은 수치다. ‘공천=거의 당선’이라는 대구·경북(TK)만 보더라도 현역 12명이 공천장을 받았고, 불출마 또는 공천 탈락은 3명뿐이다. 이런 물갈이 없는 공천 방식 덕에 지난 4년간 기억나는 의정 활동이 부족했던 상당수 의원들이 속속 공천장을 거머쥐고 있다.
피감기관이 발주한 수천억 원대 건설 공사를 가족기업이 수주해 논란을 빚은 의원도 공천을 받았고, 회계사무원 처벌로 지난해 의원직을 잃었다가 ‘본인은 무혐의’라는 이유로 공천받은 사례도 있다. 여기에 용산에서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검사 출신 2명은 부산과 경기 용인 선거구에 단수추천 받았는데, 최근 3차례 총선에서 모두 보수 정당이 이겼던 곳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어떤 비전과 새로운 인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쇄신도, 활력도 없는 ‘기득권 지키기’ 공천으로 1년 넘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뒷받침”보다 높았던 “정권심판” 여론을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공천 때 신인과 청년 인재를 배려하겠다고 말한다. 몇몇 젊은 인사를 구색 맞추기 식으로 내놓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민주당보단 덜 시끄럽다는 것에만 만족해선 안 된다. “이기는 공천”을 넘어 “감동을 주는 공천”의 모습을 보여야 민심도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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