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고, 삶고… 검은콩 건강하게 먹는 법은 따로 있다[정세연의 음식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4일 23시 30분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검은콩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흑태는 크기가 가장 크고 속이 노랗다. 서리태는 서리가 내린 뒤 10월 이후 수확하기 때문에 서리태라 불린다. 껍질은 검지만 속이 초록빛이어서 속청이라고도 한다. 단맛이 나서 잡곡밥이나 콩자반 같은 반찬으로 먹으면 맛있다. 서목(鼠目)태는 글자 그대로 쥐의 눈처럼 작고 까만데 세 콩 중 가장 작고 단단하다. 쥐눈이콩, 약콩이라고도 부른다.

사실 서목태뿐 아니라 모든 검은콩은 약콩이다. 검은콩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 안토시아닌이 다른 콩보다 4배 더 많이 들어있다. 이소플라본의 종류인 글리시테인이라는 성분도 일반 콩의 19배나 더 많다. 골밀도를 높여서 뼈가 텅텅 비는 것을 막고 항암 작용도 한다. 탈모에도 좋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모발 성장에 필수적인 시스테인 성분이 풍부하다. 혈액순환이 잘되게 함으로써 두피 영양 공급도 돕는다.

사극 드라마에서 ‘감두탕’을 들어본 적 있을까? 조선시대 왕들에게 자주 처방되던 약으로 감초와 검은콩(감두)을 같은 양으로 달인 해독제다. 모든 열독(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것),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옛날 왕들은 항상 독살 위협에 시달렸기 때문에 예방적으로도 복용했다. 혈압약, 고지혈증약, 관절약 등 약물을 과다복용하는 사람은 검은콩을 매일 먹는 게 좋다. 술, 담배,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검은콩은 해독만 하는 게 아니라 콩팥도 튼튼하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콩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소화가 잘 안된다. 콩에는 트립신 저해제라고 하는 단백질 소화를 방해하는 성분이 있다.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단백질 찌꺼기는 독소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너무 많이 먹으면 칼슘, 아연, 철분과 같은 미네랄 흡수가 저해된다. 식물이 동물로부터 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피트산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새롭게 떠오른 렉틴 문제다. 렉틴 역시 식물의 방어물질이다. 당이 결합한 식물성 단백질이다. 장 내벽이나 관절에 쌓여서 염증을 일으키고, 자가면역질환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만성피로, 두통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 성분은 콩에 습기와 열기를 동시에 가하면 거의 사라진다. 푹 삶거나 쪄서 우리가 부드럽게 먹을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전자레인지는 어떨까? 트립신 저해제, 피트산, 렉틴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병아리콩, 렌틸콩은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니 이런 성분들이 줄었다. 하지만 검은콩은 그 함량이 줄어들지 않았다. 요리 전 콩을 물에 불리면 렉틴과 함께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 성분도 빠져나올 수 있다. 제일 좋은 요리법은 압력솥으로 찌는 것이다. 검은콩의 좋은 성분을 보존하면서도 소화와 영양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은 없앨 수 있다. 단, 콩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섭취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라레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3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95만1000명이다.

※정세연 원장의 ‘검은콩 안심하고 먹는 가장 좋은 방법’ (https://youtu.be/ym6Dkd4DCBc?si=Zb15oN8iPyAV1SVN)
#검은콩#건강하게 먹는 법#흑태#서리태#서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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