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보는 사람[임용한의 전쟁사]〈305〉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4일 23시 33분


기원전 341년경, 진나라 군대가 섬서 분지를 나와 위나라를 침공했다. 위나라는 과거 은나라의 수도였던 안읍에 자리한 국가로 진나라 동쪽 국경을 마주한 나라였다. 진나라가 섬서 분지를 벗어나 중원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압해야 하는 나라였다.

이 야심찬 원정을 지휘하는 사람이 상앙이었다. 상앙은 위나라 왕의 후궁의 아들이었다.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위나라 혜왕은 상앙을 등용하지 않았다. 출신이 미천하다는 것과 법가 사상가인 그의 생각이 너무 파격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앙은 진나라로 가서 진 효공에게 등용되었다. 진나라는 원래는 중원문화권 밖에 위치한 미개한 지역이었다. 이 진나라를 완전한 강국으로 변화시키고, 천하 패권의 한걸음을 내딛게 한 사람이 상앙이다. 그는 사회 체제와 군대를 개혁하고, 신분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군공을 공정하게 포상하고, 오직 능력을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했다. 상앙의 정책으로 진나라 군대는 공포의 군대로 변모했다.

위나라는 공자 앙을 장수로 삼아 상앙을 막게 했다. 공자 앙은 과거에 상앙의 친구였다. 상앙은 공자 앙에게 사자를 보내 차마 ‘그대와 싸우지 못하겠다. 만나서 술을 하고 화친을 하자’고 했다. 공자 앙은 상앙의 제안에 찬성하고 술자리를 가졌다. 상앙은 군대를 매복시켰다가 공자 앙을 습격해 포로로 잡고 지휘관을 잃은 위나라 군대를 섬멸했다. 이 승리로 진나라는 중원 진출의 교두보를 얻었고, 위나라는 수도를 동쪽으로 옮겨야 했다.

상앙이 비열했지만, 진나라의 야망과 변화된 세상을 깨닫지 못하고 과거의 낭만에 사로잡힌 공자 앙의 잘못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상앙은 승승장구했지만, 정치가 너무 가혹했다. 진 효왕이 죽자 상앙은 위나라로 도망쳤다. 위나라 사람들은 그가 공자 앙과 군대에 행한 일을 잊지 않고 상앙을 다시 진나라로 추방했다. 상앙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상앙은 구습을 버리고 혁신을 이루었다. 그러나 잔혹한 정치가 초래하는 미래를 보지 못했다. 과거에 사로잡힌 사람, 당장의 이익과 현실에 매몰된 사람. 패망하는 시기는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멀리 보는 사람#위나라#상앙#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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