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엄마가 있다. 가난한 미혼모일 수도 있고 그냥 가난한 젊은 엄마일 수도 있다. 아이를 안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몹시 가난한 엄마라는 게 핵심이다. 그는 가게에 가서 분유 한 통을 집어 계산대로 간다. 그런데 가진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낙담하여 가게 문을 나선다.
그러자 주인은 분유통 하나를 시멘트 바닥에 떨어뜨려 찌그러뜨리고 줍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아이 엄마를 부르고 찌그러져 값이 절반인 것이 있는데 그거라도 사가겠느냐고 묻는다. 아이 엄마는 기꺼이 반값에 사고 거스름돈까지 받는다.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리고 사람들이 퍼서 나르고 글의 소재가 되기도 하는 이야기다. 누가 얘기하느냐에 따라서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가게 주인은 받는 사람 모르게 감쪽같이 선행을 한다. 이것을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말로 하면, 그는 아이 엄마에게 진짜 선물을 준 것이다. 데리다에 따르면, 선물이 진짜 선물이 되려면 그것을 받는 사람이 선물인지를 몰라야 한다.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교환의 경제학을 벗어나야 진정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만약 아이 엄마가 가게 주인의 의도를 알았더라면 아이 엄마는 고마워했을 것이고 마음의 빚을 느꼈을지 모른다. 물론 그러한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이겠지만, 데리다의 논리대로라면 그것은 교환의 개념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 한쪽에서는 호의를 베풀고 다른 쪽에서는 고마워하고 마음의 빚까지 졌으니 서로 주고받은 셈이다. 그런데 가게 주인은 당사자가 모르게 선의를 베풀어 아이 엄마가 고마움이나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책에 나오는 것들보다 더 감동적이고 눈부시고 따뜻할 때가 있다. 가게 주인 이야기가 그렇다. 인간을 정의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는 이야기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인데,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고 퍼뜨리면서 조금씩 더 윤리적인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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