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는 현시대의 ‘부기맨(Boogieman)’이다. 실체도 없이 상상 속에서 공포심을 주는 대상이라는 뜻이다. AI 시대에 준비된 리더가 아닐까봐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석좌교수는 ‘AI 시대의 바람직한 리더십’을 묻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취재진에 오히려 “AI에 집착하지 말라. 리더십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AI 시대, 빠르게 바뀌는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개인은 물론이고 조직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까 걱정하는 리더들에 대한 리더십 분야 최고 구루의 주장은 나름 신선한 충격을 준다. 혁신적 시기에 맞춰 리더와 리더십의 역할 역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재촉했던 조언들과 달리 ‘역발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리더들은 전화기, TV, 인터넷, 모바일이 처음 개발된 시기에도 늘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며 “이러한 불안감은 AI 시대가 만든 것이 아닌 리더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강조했다.
진화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AI가 기업 내 인간 권력 생태계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C레벨 임원들의 주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다다르자 본능적으로 위협감을 느낀다고 토로하는 기업인들을 실제로 종종 접하게 된다. 올 1월 열린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는 AI를 접한 한 대기업 임원 역시 “최고 결정권자가 모든 걸 책임질 각오로 결연하게 단행해온 전략적 결정을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내려줄 수 있다니 통찰력 등 인간 고유의 가치는 곧 빛을 잃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AI 및 리더십 분야 석학들은 AI를 리더의 ‘대체재’가 아닌 ‘동료’이자 ‘조력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는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돕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리더의 역할 역시 인간 직원과 AI의 협업을 촉진해 ‘집단의 천재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집중돼야 한다. 린다 힐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AI를 막연하게 두려워하거나 평가하기에 앞서 리더가 직접 AI를 사용해 보면서 기회와 한계, 위험을 체감하면 인간과 AI가 함께 집단 지성을 발휘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똑똑한 AI 동료’만큼이나 ‘바보 같은 인간 동료’의 역할이 기술 혁신의 시기에 오히려 더 절실하다는 또 다른 ‘역발상’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는 빠른 기술 발전 속도만큼이나 빠른 의사 결정을 요구하고 독단적으로 보일 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이를 주도하기 쉽다. 이런 양상이 펼쳐질 때 완충 장치가 돼 줄 요소가 바로 ‘헛소리’다.
“리더가 생각하기에 말도 안 되거나 우스꽝스러운 말이라도 던져 발상의 전환의 기회를 주는 건강한 불경심(不敬心)이 ‘굿 리더’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그래서 AI 시대에 리더는 꼭 ‘바보’를 곁에 둬야 한다.”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분석 연구의 거장이기도 한 케츠 드 브리스 교수가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남긴 당부의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