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 17곳이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실시한 병원 평가에서 월드 베스트 병원(World’s best hospitals)에 선정됐다. 하지만 대구가톨릭대병원 단 1곳을 제외한 나머지 16곳이 수도권 대형 병원이었다는 점에서 고사 위기에 놓인 지역 의료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9년부터 매년 실시되는 이번 평가는 환자 대 의사 비율 등 정량 지표와 환자 만족도 등 정성 지표로 이뤄진 것이다.
지역 병원은 인구 감소와 수도권 환자 쏠림으로 만성적인 적자와 의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문을 닫으면 환자들은 수도권 원정 진료를 다녀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지역 간 의료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한 ‘치료 가능 사망자’ 수가 서울은 38.6명이지만 강원은 49.6명에 달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같은 지역 의료의 붕괴를 방치해 왔다. 민간 병원이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는다면 공공 병원이 그 역할을 맡아줘야 하는데, 우리나라 공공 병원은 전체의 약 5% 수준이다. 인력과 재정 투자도 뒷전이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세계 베스트 병원 15곳 중 7곳이 규슈대 병원, 나고야대 병원, 교토대 병원 등 지역 병원이었다. 의료 취약 지역 근무를 약속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고, 지역의료개호 확보기금을 신설해 지역 국립대 병원을 육성하는 등 꾸준히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온 결과다.
정부는 5년간 매년 의대 2000명 정원 확대를 통해 지역 의료와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늘어난 의사가 수도권으로만 쏠린다면 의료비 급증 등 국민 부담만 늘릴 뿐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의대 증원분을 지역에 주로 배분하고 교수 채용과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형 필수 의사제도 추진한다. 지역 수가 별도 책정 등 과감한 지원 없이 이런 정도의 유인책으로 지역 기피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건강권이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침해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의사 증원이 지역 의료 격차 해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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