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을 100만 명에서 15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다. ‘한부모 가족 양육비 선지급제’를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식의 민생토론회를 1월부터 지금까지 17차례 개최했다. 사나흘에 한 번꼴이다. 수도권, 부산, 대전, 울산, 충남, 대구 등에서 열렸는데 상당수가 총선 승부처인 게 사실이다.
새해 각 부처 업무보고를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토론회 형식으로 바꿨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그러나 토론회에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설 및 노선 연장부터 철도 지하화,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대구·경북 신공항 등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지역개발 정책이나 복지 정책 발표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국가권력을 이용한 관권선거 운동”이라고 비판하고, 대통령실은 “선거와는 무관한 정책 행보”라며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과거에도 선거 앞 대통령의 행보는 ‘선거 개입’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상징색인 빨간색 옷을 입고 부산과 대구 등 각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게 논란이 되기도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1대 총선 약 보름 전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의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해 ‘현금 살포’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더니 이번엔 현직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공약처럼 비치는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는 방식으로까지 나아간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대통령은 엄정한 선거 관리의 최종 책임자다. 그런데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통령의 행보는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어차피 총선이 끝나면 선거법 위반 여부를 명확히 따지기 힘들 것이란 생각일 것이다. 선관위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다. 과거엔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 중립 위반’ 시비로 번지면 중앙선관위가 대통령실에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선관위는 뒷짐만 지고 있다. 여야 공수만 바뀐 채 반복되는 대통령의 선거 중립 위반 논란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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