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해 업무계획에서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외교전략정보본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외교전략정보본부 체제에선 북핵 협상을 전담했던 한반도본부의 업무가 한반도정책국으로 축소되고, 그 외에 외교전략과 외교정보, 국제안보·사이버 담당 조직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2006년 설립된 이래 북한 비핵화 협상을 전담했던 한반도본부는 18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외교부 조직개편은 2019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결렬 이래 북한이 대화를 단절하고 도발과 협박의 대결 노선을 걸으면서 우리의 북핵 담당기구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현실을 반영한 재정비 조치일 것이다. 몇 년째 북한과의 대화가 완전히 멈춘 상황에서 한반도본부는 대화 재개를 모색하기 위한 주변국과의 접촉 외엔 독자적 대북제재 발동 같은 매우 제한된 업무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를 겸한 그 조직의 책임자가 지난주 돌연 국민의힘으로 입당한 것도 한반도본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번 개편에 따라 기존 2국 4과의 한반도본부가 맡던 북핵 업무는 1개 한반도정책국으로 축소되고 평화체제 구상을 다루던 부서도 북한 인권과 탈북민 지원 업무로 전환될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새 전략정보본부는 북한의 사이버범죄 대응 등 국제적 대북 압박 활동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대규모 인력 감축과 함께 남북 교류·협력을 총괄하는 4개 조직을 통폐합한 통일부의 조직개편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통일부 조직에선 이미 ‘회담’ ‘교류’라는 단어가 사라졌고, 이제 외교부에서도 ‘평화’ ‘교섭’이 사라지게 됐다. 북한이 올 초 대남 적대국 선언 이후 관련 기구를 일제히 정리한 터에 당연한 대응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단어들이 상징하던 부처 본연의 임무까지 방기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미 통일부는 ‘대북심리전부’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만 바라보며 변화를 기대해선 안 되지만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더욱이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어느 때보다 유연한 외교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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