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와우 경험’을 위한 노력에 끈질기게 전념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묻는 세상을 만들겠다.”
지난달 28일 열린 쿠팡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한 말이다. 쿠팡은 지난해 연간 매출 31조8298억 원, 영업이익 6174억 원으로 2010년 창업 이후 13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냈다. 물류센터 투자로 적자가 누적되며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됐던 쿠팡은 주문 다음 날 배송되는 ‘로켓 배송’을 내세우며 고객 잡기에 성공해 국내 1위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국내 유통 대기업인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매출을 넘어선 쿠팡에 최근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다. 중국의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이다. 쿠팡이 월 4990원에 로켓배송 무료배송, 30일 무료반품 같은 극단적인 소비자 편의를 앞세워 고객을 모았다면 중국 업체들의 전략은 ‘초저가’ 정책이다. ‘이 가격으로 팔아도 남는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가격에 각종 할인 쿠폰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1월 기준 알리와 테무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는 각각 717만 명, 571만 명으로 1300만 명에 육박한다.
이 같은 중국 플랫폼의 저가 공습은 국내 유통 생태계에는 치명적이다. 특히 국내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크다. 국내 소상공인들은 상품 수입을 위해 관세와 통관 비용은 물론이고 안전 인증(KC)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반면 알리에서 파는 제품의 상당수는 이러한 규제에서 자유로워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국내 소상공인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만이 아니다. 쿠팡은 이번에 실적을 발표하면서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은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판로를 쿠팡이 만들어 동반성장해 왔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단체들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유통이 대세가 된 경제 생태계에서 플랫폼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며 독과점 문제가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며 “대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은 갑질과 불공정행위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은 “쿠팡이 반려동물 시장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독과점하면서 용품 도매상, 제조업체, 동물병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납품업체에 최저가 납품을 통보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물량을 줄이거나 거래 중단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세계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까지 제기된 상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이 자사에 의존하는 온라인 소매업체들을 희생시켜 플랫폼과 서비스를 부당하게 홍보하고 있다고 고소 사유를 밝혔다.
쿠팡의 독주 속에 알리와 테무가 빠르게 추격하는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 환경에서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중국발 저가 공습에서 국내 소비자와 유통 및 제조 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점점 심화하는 독과점 플랫폼 구도 속에서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들은 없는지 세심히 들여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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