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예방할 ‘산업안전 대진단’ 참여를[기고/이정식]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2일 23시 21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오늘도 무사히.’

며칠 전 건설 현장에서 본 표어다. 오늘 출근한 모든 근로자가 웃으며 퇴근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문구지만, 산업안전 정책을 책임지는 필자에게는 특히 한 글자 한 글자 무겁게 다가왔다.

지난주 발표한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사망자 수는 총 598명이다. 작년 한 해 598명의 근로자가 일터에 출근했다가 ‘무사히’ 귀가하지 못한 것이다. 전년에 비하면 46명이 줄었고 처음으로 500명대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우리 산업안전 정책이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정부가 2022년 11월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추진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에까지 적용된 올해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근본적인 방법은 기업의 안전 역량을 높여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영세한 50인 미만 기업은 산업안전 용어에도 익숙하지 않고, 별도로 인력과 예산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중소사업장의 안전 수준을 진단하고 사업장 실태에 맞는 지원을 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역사상 최초로 83만7000개 중소사업장에 대해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몸이 허약한 사람일수록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것처럼, 예방체계가 취약한 중소사업장에는 안전 수준에 대한 기초 진단이 꼭 필요하다.

산업안전 대진단은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진단 결과는 빨강, 노랑, 초록 등 3색으로 표시된다. 물론 진단만으로 현장의 위험 요인을 획기적으로 낮출 순 없다. 하지만 건강검진 이후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것처럼 사업장은 자가진단을 통해 안전 수준을 인지하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위험성 평가, 안전설비 투자 등 보완작업을 할 수 있다. 사업장이 희망한다면 컨설팅, 재정 지원 등 필요한 정부 지원과도 연계해 준다. 이러한 지원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사업주나 근로자가 일터의 안전을 스스로 진단하는 것만으로도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안전 대진단은 선진국에서 중대재해 감축 효과가 입증된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입문과정이다. 영국이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도입한 1974년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651명이었지만, 작년에는 약 80% 감소한 135명에 불과했다. 대진단을 통해 사업장이 스스로 위험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위험성 평가를 시작하고, 부족한 부분은 정부가 지원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선진국에서 효과가 입증된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우리 산업 현장에도 작동할 수 있다. 잠시만 시간을 내 산업안전 대진단에 참여하자. 정부는 모든 사업장의 안전 수준이 ‘초록불’이 되고, 모든 근로자가 ‘오늘도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필요한 지원을 다할 것이다.
#중대재해#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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