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선택하는 4·10총선이 다가오자, 여야는 대한민국의 정치 시계를 경쟁하듯 거꾸로 돌리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서는 ‘영끌족’처럼 지지층 결집을 위해 ‘청산(淸算) 대상’과도 손잡고 퇴행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여당은 7년 전 ‘탄핵의 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쇄신하겠다며 여당 텃밭인 ‘영남 물갈이론’을 띄울 때 중도층까지 품어낼 보수 정치인의 등장을 조금 기대했다. 그런데 현역 의원이 밀려난 자리에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슬그머니 귀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인 유영하 변호사는 대구 달서갑에 단수 공천돼 22대 국회 진입이 확실하다.
2020년 탄핵 결정 다음 해 총선에선 여당은 유 변호사를 비례대표 심사에서 탈락시켰다. “보편적인 국민 정서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그때 밝혔다. 4년 만에 보편적 국민 정서가 바뀐 것일까. 이번에 여당이 유 변호사를 공천한 이유는 “정무적 판단을 고려했다”고 한다. 보수층 결집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인기를 정무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소리로 들렸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을 쥔 여당에 친박 인사가 귀환한 것도 아이러니다. 한 위원장은 국정농단 특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이른바 적폐수사를 주도했었다. 그런 한 위원장이 “탄핵은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라며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가야 유능해진다”고 했다. 친박 인사가 중도층을 끌어당길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나. 한 수도권 여당 후보는 “수도권은 2∼3%포인트 격차 초경합 지역이 수두룩한데, 탄핵의 강에 발을 들여놓으면 지역구가 수십 개 날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5년 전 ‘조국의 강’에 다시 몸을 던졌다. 대선 국면의 민주당에서 ‘조국’은 금기어였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뒤 민주당에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딱지가 붙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2021년 12월 대선 후보 시절 “국민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시켜 드리고 아프게 한 점은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라고 사과한 이유이기도 하다. 법원도 지난해 2월 조 전 장관 1심 판결문에서 “피고인 조국은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잘못에 대해선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이 대표가 조국혁신당 대표로 돌아온 조 전 장관의 손을 잡았다. 조국의 강에 몸을 던진 이유는 심청이처럼 인당수에 던져 희생한 것과 다르다. 이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으로 당 내홍이 일파만파 번지자, 지지층 결집이 더 시급했다. 이 대표는 입으로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더니, 뒷물결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그의 ‘2찍’(국민의힘 지지자를 비하하는 용어) 발언도 무심코 나온 것이 아닐 테다.
여야는 미래 비전으로 중도층을 잡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결국 선거 막판 강성 지지층 결집에 호소하는 구태가 반복될 기세다. 중도층 눈에 ‘탄핵의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조국의 강’에 몸을 던지는 지금 여의도의 상황이 어떻게 보일까. 미래를 향하는 선택지가 아닌 거대 양당이 강요하는 후보를 대놓고 찍으라는 겁박을 유권자가 심판할 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