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明횡사’ 탈락자 중 강성 좌파들 黨 잔류
문재인도 침묵… 최악 파동에도 금방 단일대오
‘이탈자는 미래 없다’는 무형의 강제 작동
백낙청, 이미 2년전 이재명 중심 “黨장악” 강조
더불어민주당의 공천파동은 한국 정치사에 기록을 세웠다.
축구에 비유하면, 반칙은 어느 팀 어느 경기에서나 발생하지만 질적 양적으로 이렇게 노골적이고 저급한 반칙이 양산된 경기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의도의 노골성, 숙청의 과격성, 수단의 저급성 차원에서 과거의 공천파동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또 하나 놀라운 현상은 반발이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있다는 점이다.
‘비명횡사’당한 비명(非明)의 비명(悲鳴)이 금세 잠잠해졌다. 임종석의 잔류를 분기점으로 공천탈락자들 가운데 좌파 성향이 강한 이들은 대부분 잔류를 택했고, 김부겸의 합류 등 어느새 대동단결 모드로 접어들었다.
‘비명계 횡사자’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온건 중도 성향의 인사들인데 대부분 진작 탈당했거나 이번에 탈당했다. 다른 그룹은 이념적 성향으로는 개딸 못잖게 좌파 성향이 강한 친문 인사들인데 이들은 대부분 백의종군을 다짐하고 있다. 좌파 성향이 강할수록 잔류를 택하는 경향인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침묵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온갖 세상일에 다 간섭하고, 심사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참지 못해 안달이던 인사가 자신이 직접 신신당부했던 최측근들마저 대부분 ‘횡사’당했는데도 침묵한다.
필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좌파 진영 전체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리모컨의 존재를 감지한다. 거역할수 없는 거대한 힘이 이들의 순종을 간접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리모컨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백낙청 임헌영 함세웅 김상근 등등 이른바 원탁회의 멤버로 불리는 좌파 진영의 ‘정신적 호메이니’들일 수도 있고, 그 너머에 좌파 지휘부가 나침반으로 삼는 더 큰 힘이 있을 수도 있다.
그 거대한 힘은 특정인이나 조직일 수도 있지만, 슈퍼컴퓨터가 데이터를 종합해 답안을 제시하듯, 좌파 진영의 ‘집단적 권력의지’에서 도출되는 무형의 합의가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리모컨이 지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결론은 ‘이재명 중심 단일대오’로 내려졌으니, 억울해도 ‘대의’에 복종하라는 것이다.
우파정권 무력화와 좌파권력 창출이라는 목적지를 향한 대오에서 이탈하는 자에겐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무음의 경고가 양들의 이탈을 막는 전자펄스 펜스처럼 진영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지지자 개개인도 행동대원처럼 단결한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대한 좌파 지지자들의 호응은 아무리 이 대표가 싫어도 좌파(진보)라면 모두 ‘윤석열 심판’이라는 깃발 아래 모여야 한다는 친문 지지자들의 권력의지의 발현이다. 친문 학살이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지역구에서 이재명당을 찍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의 바탕에는 민노총 전교조 등 온갖 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종으로 횡으로 얽혀서 거미줄같이 구축한 촘촘한 네트워크가 깔려 있다.
백낙청 전교수는 대선 패배 일주일도 채 안 된 2022년 3월 16일 오마이TV에 출연해 “이재명은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지도자”라며 민주당 장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촛불혁명을 이어가려면 우리가 반드시 점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충지 가운데 하나가 민주당”이라며 “어떻게 우리 세력이 (민주당을) 지배하고 장악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요충지의 중요성이 옛날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고, 옛날에 비해서도 의미가 더 커졌다…게다가 이재명이라는 정치지도자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미 2년 전 대선 패배 직후부터 이재명을 거점으로 민주당 장악을 연구해온 그들에게 이 대표의 도덕성, 공인의식 수준은 전혀 고민거리가 아니다.
온갖 범죄 혐의를 받고, 은밀한 관계였다고 폭로한 상대 여성을 허언증 환자로 몰아붙이는 뻔뻔함과 도덕적 저열함이 드러나도, 입에 담을수 없는 욕설을 서슴지 않는 인성이 드러나도, 법인카드로 일제 샴푸를 사는 비천한 공인의식이 드러나도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낙점의 기준은 목적 달성을 위해 안면몰수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생존력, 전투력이다.
사전투표까지 남은 시간은 3주일. 좌파 지휘부는 진영의 모든 화력을 윤석열 심판에 집중하라는 지침을 내릴 것이다. 총선 프레임을 이재명 vs 한동훈이나 좌 vs 우 대결이 아닌 오로지 윤석열 심판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다.
진영 내에서 막말 파문이 터지면, 설령 그 내용이 평소 같으면 눈 하나 깜짝 않고 속으로는 말 잘했네 하고 웃고 넘겼을 수준의 발언이라도 신속하고 강한 처방을 내릴 것이다. 친명 후보 교체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당과 이 대표는 온건 부드러움의 대변신 쇼를 해 중도층에 영합하고, 강경파의 불만은 조국혁신당 등에서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우파에는 그런 리모컨 존재가 없다. 진영을 견인할 정신적 지주도, 원로그룹도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국힘 지도부가 돌발 악재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의사결정 시 뭔가를 염두에 두는 듯 미적대며 자꾸 내재적 관점으로 덮으려 하고, 대통령실은 호주대사 문제 같은 악수(惡手)를 두고, 의대 증원 문제에 굳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경 대응을 거듭 외치는 바람에 한동안 잊혀진 경직된 이미지를 다시 상기시키는 국면인데도 아무도 신속히 바로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리모컨을 쥔 자들이 조용히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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