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고교 학생들이 쓴 사교육비가 1인당 월평균 43만4000원, 총 27조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인당 사교육비는 전년도보다 5.8%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을 웃돌았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4년 만에 30% 증가했다. 형편이 넉넉한 집뿐만 아니라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 미만인 가정도 사교육비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는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과 입시 제도가 꼽힌다. 지난해 6월 수능 모의고사 직후 정부가 갑자기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했을 때도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는 학교 수업만 들어서는 풀기 어려운 고난도 킬러 문항이 수능에 출제되면서 학원 배만 불리고 있다며 대형 입시학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세무조사까지 벌였다. 하지만 수능을 코앞에 두고 출제 기조가 급변하자 학원가는 입시 전략을 다시 짜거나 ‘준킬러’ 문항을 새로 익히려는 학생들로 오히려 더 붐비기 시작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집계 결과 고교생들의 사교육비 증가 폭이 유독 컸던 것도 킬러 문항 소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 해 27조 원이면 삼성전자 연구개발비(28조 원)와 맞먹는 수치다. 역대 최대 규모의 사교육비라지만 여기에는 ‘N수생’이 쓴 학원비는 빠져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의대 열풍에 킬러 문항 빠진 ‘물수능’ 기대감까지 더해져 N수생 비중이 35.5%까지 치솟았다. N수생 17만 명이 재수학원에 쓴 학원비가 3조 원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물수능일 줄 알았다가 불수능에 덴 학생들이 많은 데다 의대 2000명 증원 효과로 N수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제도 널뛰기에 고교 3년 과정이 4년, 5년으로 늘어나고 입시 준비 시작 시기도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앞당겨지면서 사교육비 부담을 키워가고 있는 형국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늘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초등생 사교육 참여율은 86%로 중고교생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고 주당 참여 시간도 7.5시간으로 중고교생보다 길다. ‘초등 의대반’ 같은 입시 수요도 있겠지만 대부분 돌봄 목적에서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경우다. 정부가 올해 도입한 늘봄학교를 안착시키고, 정권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입시제도만 안정화해도 사돌봄비와 사교육비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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