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내가 만난 名문장/콜린 마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7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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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영국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영국 국기’ 중

콜린 마셜 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콜린 마셜 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나에게 인상적인 한국어 표현 중 하나는 ‘우물 안 개구리’다. 내가 알기로 이 말은 한국 외의 세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다. 생각해 보니 우물 안 개구리가 자기 나라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내 모국인 미국에는 한국보다 우물 안 개구리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 지도에서 낯선 다른 나라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세계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모르는 것이다.

전 세계에 크게 영향을 주는 미국을 일종의 제국이라고 할 수 있다면 제국의 중심에 사는 미국인이 멀리 떨어진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까? 200년 전 식민지였던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을 지배했던 그 당시 영국의 국민들도 같은 생각을 가졌다. 대영 제국의 대표적인 시인 러디어드 키플링은 영국 사람들에게 영국 지배 아래 있던 나라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불러일으키고 싶어 했다. 대영 제국의 전성기에 사랑을 많이 받았던 키플링은 제국주의가 퇴물이 된 오늘날에는 많은 독자를 잃었지만 ‘영국 국기’란 시에 실린 이 구절은 충분히 재해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모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언어를 깊이 있게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종종 간과하듯이 그러한 지식을 모국에서만 얻기는 힘들다. 한 단계 발전하여 모국의 특징과 본질을 자세히 느끼기 위해서 객관적으로 숲에서 떨어져 숲을 보는, ‘이방인의 시각’으로 모국을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시각은 분석에 또 다른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미국인인 나는 10여 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곳에서 피상적이 아닌 미국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과 동화하는 시간 속에서 ‘한국인 우물 안 개구리’가 가장 모르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도 인식하게 되었다.
#우물#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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