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정보도 ‘온라인 청구’ 받아 ‘딱지’ 붙인다는 네이버의 월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7일 23시 54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의 모습. 2023.2.3/뉴스1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의 모습. 2023.2.3/뉴스1
포털 사업자 네이버가 웹페이지를 신설해 이달 말부터 뉴스에 대한 정정·반론 보도 등의 신청을 자체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뉴스 검색 결과에도 ‘정정 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를 노출할 방침이라고 한다. 뉴스 제목에 이런 식으로 딱지를 붙이면 독자는 정확하고 올바른 기사까지 오류가 있거나 잘못된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 나아가 네이버는 해당 기사의 댓글 창까지 닫도록 언론사에 요구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뉴스 유통업자에 불과한 네이버가 보도의 신뢰성과 개별 언론의 여론 형성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건 월권이자 오만한 발상이다.

네이버의 새 정책이 적용되면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이해 당사자 등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 보도가 나오는 즉시 간단한 온라인 신청만으로 기사에 ‘정정 보도 청구 중’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 보도를 부인할 근거가 전혀 없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엔 조정을 신청하지 못해도 이 딱지는 얼마든지 붙일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 등이 기사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고 비판 여론의 확산을 막을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

저널리즘 가치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없는 포털이 뉴스 유통을 독과점하는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네이버는 온라인 보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이번 방침을 발표하면서도 사전에 언론사와는 전혀 협의하지 않았다. 올해 1월 네이버가 외부 인사들로 구성한 뉴스혁신포럼이 이번 안을 내놨다는데, 뉴스 정책 결정에 전문성도 책임도 불분명한 위원회를 내세운 것이다.

기존엔 네이버도 정정보도 등의 청구를 서면과 등기우편으로 받아서 언론사에 전달해 왔고, 관련 문구는 기사 본문 상단에만 노출했다. 총선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네이버가 무리하게 새 정책을 적용하는 건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사의 유통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애당초 검색 결과만 서비스하면 되는 포털이 인링크로 사이트 내에서 기사를 유통하고, 뉴스 편집권까지 휘두르다 보니 그에 뒤따르는 논란이 두려운 것이다. 네이버가 뉴스로 트래픽을 올리는 일을 그만두고 검색 결과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제를 전면 도입한다면 정정보도 청구에 얽매일 일도 없을 것이다.
#정정보도#온라인 청구#네이버#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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