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 실내에서 어린 여성이 청소를 하고 있다. 둥근 식탁에는 찻주전자와 찻잔이 놓여 있고 한쪽 끝에 어린아이가 앉아 있다. 원하는 게 더 있는 건지 그릇을 다 비웠는데도 여전히 숟가락을 입에 물고 있다. 아마도 소녀는 아이도 돌봐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상황인 듯하다. 그런데 서두르거나 바쁜 기색 없이 평화롭고 고요해 보인다.
‘어린 시골 하녀’(1882년·사진)는 카미유 피사로가 52세 때 그린 그림이다. 그는 1874년부터 여덟 번 열린 역사적인 인상주의 전시회에 다 참가한 열정적인 인상주의자였지만 50대에는 신인상파로 전환했다.
그림 속 배경은 파리 근교의 소도시 퐁투아즈 근처에 있던 그의 시골집이다. 소녀는 이 집 하녀로 아침 식사 후 집 안을 청소하고 있다. 식탁에 앉은 아이는 화가의 넷째 아들 뤼도비크로돌프다. 당시 네 살이었다. 왼쪽 벽에는 피사로가 1881년에 그린 파스텔화와 비단에 그린 일본화가 걸려 있어 당시 중산층 가정에 불었던 일본 문화의 인기를 보여준다.
피사로는 아들이 아닌 하녀를 그림의 주인공으로 보여준다. 가난 때문에 하녀로 고용됐을 테지만, 소녀는 결코 가사 노동에 힘들어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모습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할 뿐. 반면, 한쪽 어깨가 잘려 나간 어린 아들은 그림 귀퉁이에 장식처럼 배치돼 있다. 둥근 식탁도 반 이상 잘려 나가는 등 과감한 구도를 사용했다. 일상적인 주제, 과감한 구도, 밝은 색채, 반짝이는 짧은 붓질 등 그림은 인상주의에서 신인상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화풍을 보여준다.
해도 티 나지 않지만 안 하면 바로 티 나는 게 가사 노동이다. 누군가의 노동과 수고가 있어야 쾌적한 가정생활이 유지된다. 인성 좋기로 소문났던 피사로는 아마도 이 시골 소녀에게 동정심과 감사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녀가 맡은 육아와 가사를 하찮게 여기지도 미화하지도 않고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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