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성비’ 제품으로 지갑 얇은 소비자 공략
무관세-무료배송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모조품-불법용품 판매 막을 규제도 시급
이커머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이 연간 32조 원의 매출과 흑자 달성으로 한국의 원톱 유통기업으로 성장한 바로 이때 중국의 직구 초저가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에 본격 상륙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가성비를 뛰어넘는 ‘갓성비’(극강의 가성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초저가 상품을 미끼로 한국 소비자들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마윈이 창업한 알리바바 그룹의 글로벌 이커머스 브랜드다. 역대 최대 150개국에 진출하여 직구 사업을 하는 이커머스 기업이다. 테무(Temu)는 어려서부터 마윈을 동경했던 1980년생 구글 검색 엔지니어 출신 중국인 콜린 황이 만든 쇼핑 앱이다. 특히 테무는 작년 미국에서 큰 돌풍을 일으켰다. 앱 다운로드에서 아마존을 이기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미국 슈퍼볼에서 1초당 3억 원짜리 광고를 집행하는 등 급성장하면서 아마존의 구독자 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뒷걸음질치게 만든 장본인이다.
알리 익스프레스나 패스트 패션 쇼핑앱 쉬인보다도 테무가 상대하기 좀 더 까다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테무의 경쟁력은 초저가를 구현하는 특유의 알고리즘 그리고 검색과 게임의 융합에서 발생하는 중독성에서 나온다. 2015년 10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하여 콜린 황은 C2M(고객-제조사) 비즈니스 모델로 박리다매를 지향하면서 제조사와 고객을 직접 연결하고 거래수수료를 0.6%만 받아 불가능처럼 보이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주된 수익은 판매자에게서 받는 광고비다. 중국의 소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성장하면서 공동구매 개념을 활용하여 판매자들이 스스로 가격을 낮추는 경매 형태의 거래 알고리즘을 완성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99% 세일쿠폰이 떠다니고 각종 프로모션이 게임화되어 중독성이 강한 쇼핑앱이다. 슬로건이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Shop Like Billionaire)’다. 필요해서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로 쇼핑하는 ‘디스커버리 쇼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의 한국 공습은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의 제조-유통산업에 막강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파괴적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의 한국 상륙이 가져오는 시사점을 도출해 본다.
첫째, 중국 커머스의 급성장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거대 초저가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K베뉴를 만들어 한국 주력 식품 브랜드와 화장품을 입점시키고 신선식품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알리 익스프레스, 취미용품과 생활 잡화 분야 세계 최저가를 구현하고 있는 테무, 그리고 세계 최대 패션앱 쉬인까지 차이나 커머스가 한국은 물론 세계 주요 시장에서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제품 가격을 낮추는 디플레이션 효과로 소비자의 지갑을 더 두껍게 만들어줄 수는 있으나 불필요한 충동구매를 유발시키고 기존 중국산 국내 수입업자들을 고사시킬 것이다.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의 거의 모든 이커머스 업체들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면서 한국 이커머스 산업의 구조조정을 가져올 수 있다.
둘째, 국내 업체들에 불이익을 주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Made-in China’ 제품을 수입 판매하던 기존 수입업자들은 관세와 인증(KC) 비용, 재고 부담과 같은 각종 고정비용을 지불하는 데 반하여 이들은 컨테이너선을 띄우고 무관세, 무료배송, 무료반품, 차액보상 등과 같은 파격적인 소비자 가치를 제공하여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들을 규제할 만한 적절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도 모 연구원에 현황 파악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가품, 모조품, 불법용품 판매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 시 다양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책적 대응도 시급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쇼핑앱은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이 결합돼 만들어진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이다. ‘직구’라고 불리는 국경 없는 커머스가 확산되면서 소매업의 본질조차 ‘판매’에서 ‘배달’로 산업 정체성이 바뀌었다. 직구 분야 세계 최강자인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차이나 커머스의 성장으로 중국, 한국, 미국, 영국, 일본의 소비자들 마음속에서 ‘초저가 쇼핑’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중국산 실크로드가 모바일 세상에서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20여 년 전 국내 소매시장에 진출한 월마트, 까르푸, 테스코 등 글로벌 대형마트와 치열한 경합을 했던 역사가 있다. 한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응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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