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라이팅, 자동차의 미래를 비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8일 2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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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까지. 꽤 왁자지껄한 미래차 대소동이다. 한편으로는 조용하게 차를 바꾸는 기술도 있다. 소리 없는 신기술. 그 대표로 꼽을 만한 것은 조명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더불어 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헤드램프의 광폭 진화다.

김도형 기자
김도형 기자
헤드램프 혹은 전조등. 리어램프 혹은 후미등. 램프(Lamp)라고 하니 등(燈)으로 바꿔 쓰는 데는 이의가 없겠다. 그런데 왜 하필 램프인 걸까. 20세기 초반의 차는 실제로 파라핀이나 카바이드 램프를 전조등으로 썼다. 앞을 비춘다기보다는 ‘여기 차 있다’며 존재를 증명하는 정도의 성능이었겠다.

그 이름은 여전히 남았으되 최근 도로를 밝히는 램프 기술은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할로겐 헤드램프가 주름잡는가 싶더니, 고광도 가스 방전식(HID) 램프가 대세로 떠오르고, 최근엔 발광다이오드(LED) 램프가 기본이 됐다. 더 작은 전력으로 더 밝게 비추는 라이팅 기술의 진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차 가격을 높이는 데 한몫하는 이 램프는 도로 위 앞길만이 아니라 차의 새로운 미래도 보여주려는 참이다.

하나의 전등이 아니라 다수의 광원(光源)을 쓰는 이런 조명은 우선 차의 외장 디자인을 훨씬 더 날렵하고 세련되게 만든다. 오랫동안 차체 실루엣이 달라지는 것 말고는 큰 변화가 없던 외장에서는 작지만 큰 디테일의 변화다.

그리고 이런 헤드램프는 도로에 무늬나 글자를 표현하고 아예 하나의 디스플레이 장치로 활용하는 데도 전혀 어려움이 없다. 여러 완성차 브랜드는 전조등 불빛 속에 차가 가는 방향을 화살표로 따로 그려내고 사용자가 원하는 무늬로 전조등과 후미등을 꾸미는 기술을 이미 선보였다.

전기차 확산도 램프의 진화에 기름을 부었다. 더 이상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한 공기 통로로 쓰지 않아도 되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조등 구역을 통합하고 차의 전후좌우까지 길게 연결하는 ‘스마트 패널’의 가능성에 불이 들어온 것이다.

올해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CES)에서 선보인 미래차들은 대부분 전·후면을 커뮤니케이션 장치로 꾸미고 ‘BOARDING’(탑승 중) 같은 글씨를 띄우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제 이 시장에는 IT 역량을 갖춘 국내 스타트업까지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숨을 고르고 자율주행 기술이 공회전을 거듭해도 차 산업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내연기관을 쓰든 전기모터를 쓰든 바퀴는 끝없이 굴러갈 것이고 큰 기술과 작은 기술이 맞물리면서 계속 멋진 차가 만들어질 것이다. 헤드램프는 어떤 차도 빼놓을 수 없는 ‘자동차의 눈’이다. 미래의 도로 위에 매력적인 차들이 더 많아진다면 라이팅 기술의 역할도 눈여겨볼 만하다.

3년 동안 차와 차 산업을 비춰 온 일편차심은 이제 불을 끈다. 차 산업의 머나먼 변방에서 한 줄기 불빛만 보여도 달려들고 또 도전하면서 당당하게 세계 수준에 올라선 한국 차 산업과 그 역군들에게는 꺼지지 않는 환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라이팅#자동차#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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