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성열]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가장 빠르게 규명하는 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9일 23시 45분


유성열 사회부 차장
유성열 사회부 차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현재 ‘공수처장 직무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진욱 전 처장은 올해 1월 20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처장 직무대행을 맡은 여운국 전 차장은 8일 후 임기가 끝났고, 공수처법에 따라 김선규 수사1부장이 ‘대행의 대행’을 맡았다. 김 부장검사도 검찰 재직 시절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달 4일 사직서를 제출하자, 송창진 수사2부장이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 됐다. 하지만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으면서 김 부장검사가 20일부터 직무대행으로 복귀한 상태다.

법조계에선 이런 공수처를 두고 “‘좀비’가 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가뜩이나 수사 역량이 떨어지는 공수처가 수사를 지휘하고 외압을 막을 처장도 없이 난파선처럼 표류하면서,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라는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계속 파행을 빚던 추천위는 지난달 29일에서야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와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 달이 지나도록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공수처가 입건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하면서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지난해 8월 이 전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올해 1월 출국금지를 해놓고도 여태껏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여당에서도 공수처가 총선에 임박한 시점에 이 전 장관 사건을 쟁점화하면서 ‘정치 공작’에 나섰다고 보는 이가 많다. 이 때문에 출국 11일 만에 귀국한 이 전 장관은 공수처를 향해 “하루빨리 불러 조사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공수처가 “당장 조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결국 29일 호주대사직을 사퇴했다.

공수처는 현재 압수한 휴대전화 등의 증거 분석과 국방부·해병대의 실무자 조사도 끝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장과 차장 없이 ‘대행의 대행’ 체제가 계속되면서 수사를 지휘할 사람이 없고 조직 운영조차 어려운 처지다. 여당과 이 전 장관이 아무리 ‘신속 수사’를 촉구해도 지금의 공수처가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에 계속 부담이 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철저히 규명되길 바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친정권 성향이란 비판을 받던 공수처에 대해 “대통령 권력과 커넥트(연결)돼 있기 때문에 무리한 일을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권력과 연결이 안 되게 하고 법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무리한 일을) 못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공수처장을 조속히 임명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법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순리 아닐까. 그것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장 빠르게 규명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공수처장 직무대행의 대행#실체적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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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4-03-30 06:01:58

    ※먼저 유성열기자는 박정훈이라는 항명자의 이름을 올려라. 첨부터 끝까지 북괴 간첩같이 숨기고 이 기사를 날렸다 눈을 까고 뒤집어도 보이지 않는다. 요넘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했구나..※ 예천 수해현장에서 민,관,군(民,政,軍)은 최선을 다해 자연재해 피해를 막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그 와중에 병사1명이 목숨을 잃었음에 안타까움다. 하지만, 군 고위간부가 대세를 모르고 군선배,국방장관, 나아가 대통령에게 덤비는 꼴은 항명이며,반란죄라고 본다. 지금은 북괴.중공,러시아와 함께 대한민국은 전시상황. 박정훈을 군법에 의거총살시켜라.

  • 2024-03-30 03:47:00

    국세낭비하는 무능좌파집단 꼼수처는 빨리 없애는게 국익에 도움이 된거 아닌가???? 그동안 한게 뭐 있냐??? 양산에서 국론분열 헛소리하는 나라와 경제망친 무능 종북좌파 문가놈이나 수사조사해라....

  • 2024-03-30 01:05:55

    윤석열 입맛에 맞는 인물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되면 공수처가 제2의 검찰이 되버리는거지. 따라서 공수처 수사에 별로 기대할게 없고. 이럴때 하는게 특검인데 걸핏하면 거부권 행사를 남발하는 윤석열이를 견제하려면 야당 200석이 필요한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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