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 ‘아이폰 쓰는 딸, 갤럭시 쓰는 엄마’라는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엄마는 딸의 중학교 입학을 기념해 아이폰을 사줬다. 중고 제품을 사줬는데도 딸이 너무나 좋아하고 애지중지했단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엄마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니 앱으로 아이폰을 통제할 수 없었다. 유료 제어 앱도 소용없었다.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아이패드를 중고로 사(아이폰을 사려 했으나 아이폰은 중고도 너무 비쌌다고 함) 애플 아이디를 만든 뒤에서야 딸의 아이폰 사용을 제어할 수 있었다.
아이폰의 폐쇄성으로 인해 엄마로선 낭비를 해야 했다. 반대로 제조사인 애플은 돈을 더 벌 수 있다. 결국 미국 법무부가 이런 애플의 행태에 철퇴를 내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최근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의 브리핑에 애플의 폐쇄적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애플은 갤럭시 등 다른 스마트폰의 앱 기능을 떨어뜨리고, 애플이 아닌 주변기기의 성능 역시 저해했다. 예를 들어 아이폰 이용자가 비(非)아이폰 이용자에게 메시지 앱을 이용해 문자를 보내면 녹색으로 표시된다. 대화가 암호화되지 않고 동영상 화질이 떨어지며 메시지를 수정할 수도 없다.
아이폰 이용자가 다른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친구와 메시지, 동영상 등을 주고받으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은 품질이 안 좋다’란 느낌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아이폰에 있는데도 말이다. 갈런드 장관은 “애플은 우수한 제품으로 경쟁에서 앞선 것이 아니라 반독점법을 위반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을 유지해 왔다”고 일침을 놨다.
브리핑에선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콘퍼런스에서 있었던 일화도 소개됐다. 한 참석자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다른 스마트폰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법을 바꿀 생각은 없느냐.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어머니에게 동영상을 보낼 수 없어서 그렇다”고 질문했다. 그러자 쿡은 “어머니에게 아이폰을 사 드리라”고 답했다. 아마 농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 법무부의 제소 내용을 알고 나서부터 더 이상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쿡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설득으로 1998년 애플에 합류했다. 잡스가 카리스마 넘치는 천재 스타일이라면 쿡은 꼼꼼한 관리자 스타일이었다. 그렇기에 쿡이 2011년 애플의 CEO가 됐을 때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기자는 쿡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2014년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용기 있게 공개한 게 계기였다. 그는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에서 “게이인 까닭에 소수집단에 속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소수자들의 고충도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양성, 평등, 여성 고용 등을 강조하며 포용력을 보여줬다. 혁신의 이미지를 가진 애플에 따뜻함까지 불어넣어 준 느낌이었다.
그런 애플이 폐쇄적 생태계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는 사실에 큰 배신감을 느낀다. 유럽연합(EU) 또한 반독점법 위반으로 이달 초 애플에 약 2조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보면 배신감에 대한 공감대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갈 것 같다. 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지 17년 만에 애플이 최대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애플의 성장 동력이었던 폐쇄성이 이제 최대 골칫거리가 된 셈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만들지 않는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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