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 교습가 중 한 명인 고덕호 프로(62)는 60대의 나이에도 투어 프로들이 사용하는 백 티에서 70대 중반을 친다. 그는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두세 번은 은퇴한 프로들이나 아마추어 챔피언들과 라운드를 한다. 비용 부담은 철저히 ‘N분의 1’이다.
골프다이제스트가 여러 차례 선정한 세계 50대 교습가에 포함됐던 그는 몇 해 전까진 프로 선수들만 가르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인자로 군림했던 서희경,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했던 배상문, 오랫동안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를 했던 고진영 등이 그의 제자들이다. 요즘은 일반인 대상으로 범위를 넓혔다. 서울 강남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고덕호PGA아카데미’를 운영해 온 그는 올 초 경기 수원에 2호점을 냈다. 그는 한 골프 채널의 해설위원을 맡으면서 골프 관련 유튜브도 운영하고 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건 PGA다. 자신이 PGA(미국프로골프) 클래스A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골프의 기본 3요소인 ‘포스처(posture)’ ‘그립(grip)’ ‘얼라인먼트(alignment)’의 머리말이기도 하다. 그는 “이 세 가지가 골프의 기본이다. 기본기를 잘 익힌 후 힘을 빼고 어깨와 골반 등 큰 근육을 이용해 편하게 스윙해야 한다”며 “팔로만 세게 치려고 하면 어김없이 부상이 온다”고 말했다.
골프가 처음부터 그의 천직이었던 건 아니다. 어릴 적 축구와 야구를 했던 그는 미국 유학을 간 뒤 골프를 제대로 접했다. 운동부에 들어가면 장학금을 준다는 말에 골프를 시작했다. 마침 룸메이트가 파나마 국가대표 출신 골프 선수였다. 야구, 축구 등으로 단련된 몸으로 골프에 집중했더니 금방 70대 초반을 쳤다.
내친김에 문라이트 투어 등 미국 플로리다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출전해 여러 차례 우승했다. 하지만 PGA투어를 향해 꿈을 키워 가려 할 무렵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 찾아왔다. 프로의 꿈을 접는 대신에 그는 골프를 가르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대개 5년 정도 걸리는 PGA 클래스A를 3년 만에 땄다.
그는 체형도, 얼굴도, 목소리도 예전 그대로다. 노화를 늦추기 위해 그가 강조하는 건 유연성이다. 그는 평소 몸을 꾸준히 움직인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곧바로 15분가량의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에서도 틈나는 대로 푸시업, 윗몸일으키기, 스쾃 등 맨손 운동을 한다. 하체 운동은 계단 오르기를 통해서 한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전거도 종종 탄다. 그는 “중년 이후엔 과격한 운동보다 잔근육을 키우는 적당한 운동이 좋다”고 했다.
70세쯤 은퇴할 생각이라는 그는 세계 100대 골프 코스 탐방을 꿈꾸고 있다. 그는 “국내외 좋은 골프장을 많이 다녀 봤다. 하지만 대부분 일을 하러 간 것이지 놀러 간 적은 없다. 은퇴 후엔 좋은 코스에서 골프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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