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 밀림에는 아주 대단한 개구리가 산다. 어른 새끼손가락의 절반 정도인 3cm쯤밖에 안 되는데도 엄청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공장 안의 소리가 90dB(데시벨)인데 이 작은 녀석들이 이걸 보통으로 낸다. 우리나라 개구리들도 여름밤만 되면 천지를 진동시킬 듯 요란함을 자랑하지만 비할 바 아닌 게, 우리나라 개구리는 합창해서 이 정도인 반면, 코키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개구리들은 오로지 ‘독창’만으로 이 고음을 낸다. 이들은 왜 이렇게 큰소리를 낼까?
이곳 밀림(密林)은 나무가 빽빽하다는 말 그대로 한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울창하다. 평소에야 그러려니 하며 살아갈 수 있지만 짝짓기 철이 문제다. 후세를 남기려면 연인을 만나야 하는데 이 울창한 밀림 어디에 그가 있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래서 진화시킨 게 목청껏 외치는 구애법이다. ‘이 정도로 건강한 내가 여기 있으니 빨리 이리로 오라’는 거다. 워낙 빽빽한 밀림이라 웬만큼 해서는 존재감을 알릴 수도 없거니와 경쟁자들도 한둘이 아니니 대충 질러서 되겠는가. 덩치를 감안하면 사자들이 내는 포효의 두 배 반이나 된다니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밀림에는 한 목청 하는 녀석들이 또 있다. 이곳을 비롯해 남미 밀림까지 서식하는 고함원숭이들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울창한 숲을 몇 km나 뚫고 나가는 고함을 질러 대는 통에 한 번 들으면 절대로 잊히지 않는다는 절대 고음의 소유자들이다. 이들 역시 같은 이유로 잊을 수 없는 목소리를 내는데, 비결은 목의 설골(舌骨). 설골이 클수록 더 큰 소리를 낸다. 예를 들어 이들 중 가장 작은 소리를 내는 황금망토고함원숭이는 설골이 8㎠인데,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베네수엘라붉은고함원숭이들의 설골은 무려 65㎠ 나 된다.
재미있는 건, 이 소리가 신체의 어떤 부분과 묘한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생물인류학자인 레슬리 냅에 따르면, 가장 큰 설골을 가진 녀석들은 고함원숭이들 중 가장 작은 고환을 가졌고, 가장 작은 소리를 내는 이들은 반대다. 가장 큰 소리를 내는 이들의 고환이 겨우 4㎠ 밖에 안 되는 반면, 가장 작은 소리 주인공들의 그것은 22㎠로 가장 크다. 묘하게도 고함과 고환의 크기가 완전 반비례다. 왜 이런 관계가 생겼을까?
고환이 작으면 생산하는 정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데 이 부족함을 큰 소리로 보완한다는 게 냅의 생각이다.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실질적인 균형(trade-off)’을 위한 현실적인 대응법이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크고 멋진 차로 그걸 보완하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선거 날이 다가오면서 큰 목소리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점점 커지는 이 큰 소리들이 무언가 부족한 걸 숨기기 위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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